산업인력공단 주관 공인자격증 시험 ‘엉망’
화장실 들락날락 휴대폰 커닝 등 16명 입건
감독관 아예 자리 비우고 부정행위 ‘모른척’

국가 공인자격증 시험장에도 휴대폰 등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3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제1회 컴퓨터그래픽운용기능사 실기시험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부천D학원 원장 오모(28)씨와 김모(23ㆍ여)씨 등 학원강사 5명, 이모(16ㆍ여)양 등 수험생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시험전날 학원 칠판에 인솔강사의 휴대폰 번호를 적은 뒤 “모르는 게 있으면 강사에게 전화하라”며 부정행위를 부추겼고, 시험장 인솔강사 김씨는 시험장 1층 대기실에서 수험생들의 휴대전화나 문자메시지 질문에 답을 해준 혐의다. 이밖에 H학원 등 부천지역 다른 학원 3곳의 강사와 수험생들도 휴대폰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독도 엉망이었다. 감독관들은 시험 전 휴대폰을 수거하지 않았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다녀오게 했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은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강사와 직접 통화했다. 심지어 시험장 안에서 수험생들이 강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지만 일부 감독관은 이를 눈감아줬다. 40분이나 늦게 도착해 시험을 지연시킨 감독관도 있었다.

게다가 오후 1시까지 치러진 시험에서 2인1조로 편성된 감독관 중 1명은 식사를 하기 위해 시험장을 빠져나갔고, 감독관 2명 모두 시험장을 비워 40분 넘게 감독관 없이 시험이 진행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부정행위를 한 수험생들의 합격률은 25%(4명)에 그쳤다.

특히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부정행위 관련 글이 홈페이지에 올라오자 작성자에게 ‘잘 모르고 글을 올렸다’는 해명 글을 올리게 해 부정행위 사실을 은폐했다. 경찰은 공단 주관으로 시행되는 600여 개의 다른 자격증 시험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