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로 미국에 간다니까, 친구들은 제발 파랑 눈의 남자랑 결혼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었다.
나는 그 부탁을 철저히 들어주었다. 그 이후 20년이 넘게 이곳에 살면서 그 동안 내가 참석했던 결혼식의 80%정도가 다국적 결혼식이었다. 선교지에 교회건물을 짓고는 벽에 태극기 먼저 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지만, 자식 결혼에 있어서 배우자가 한국인이길 바라는 것은, 민족주의나 애국주의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위
나 며느리 또 사돈과 영어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하나만으로도 당연한 일.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는 거의 없다. 바로 얼마 전에도 한국남자와 중국여자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전통 서양식 결혼식이 끝나고 연회장에서 신부는 한복을 입고 폐백을 드리고 나서 다시 중국전통 의상을 갈아입고는 하객들 테이블을 다니며 인사를 했다. 신랑과 신부의 학교 및 직장의 서양인 친구들은 이 모든 광경을 재미있게 구경하고 DJ의 신나는 음악에 맞춰 마음껏 즐긴 그야
말로 멀티 컬츄럴 웨딩이었다.
우리 어린 시절 하객들은 예식장에서 나오면서 찹쌀떡 한 상자씩을 받아가곤 했다. 웬만한 결혼식이라면 식이 끝나면 식권을 받아 결혼식장에 딸린 식당에 가서 삼삼오오 식사를 하는 한국식과는 달리 미국에서의 결혼식은 간단한 예식이 끝나고 벌어지는 피로연(Reception)이 대단들 하다. 칵테일서부터 시작해서 서너 개의 유리잔과 수많은 포트와 나이프가 차려져있는 정식 디너와 댄스파티가 그 결혼식의 성격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이때야말로, 시간 지키기를 비롯해 웃는 얼굴하기, Excuse Me, Thank You하기, 알맞은 옷차림, 인사 소개 에티켓 그리고 식사 메너와 셀폰 끄기 또한 발렛 파킹에 팁 주기 등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예의범절을 총 동원할 때가 아닌가 한다.
식장에 앉을 때, 여자 측 하객은 왼쪽에 남자 측 하객은 오른쪽이라고 정해져 있지만...남자 여자를 다 알고 있다면 어느 쪽이던 빈자리가 많은 쪽에 채워 앉는 것이 사려 깊은 행동이다. 식 중에는 절대로 옆 사람과 잡담을 해서는 안되지만 피로연 석상에서 잘 모르는 외국인과 동석 했을 때에는 웃는 얼굴로 먼저 간단한 인사를 건네는 여유를 보일 수 있어야할 것이다. 가능하면 피로연이 다 끝날 때 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좋다.
한국 사람끼리의 결혼식에서도 물론이지만, 특히 다국적 결혼식일 때에는 나 한사람이 전체 한국 사람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조차도 느끼면서 절차 절차마다 예의를 지키는 일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