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출신 연방 상원의원인 테드 스티븐스는 인터넷이 과연 사생활에 어느 정도까지 침투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보좌관들을 시켜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맘껏 들여다볼 것을 지시했다. 그 결과에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좌관들은 스티븐스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딸의 부동산, 아들의 생활까지 알아냈다. 보좌관들은 65달러만 내면 스티븐스의 소셜 시큐리티 번호도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존스 홉킨스 대학원생 41명에게는 전혀 놀랄 일도 아니다. 이들 학생들은 지난 학기 65달러보다 적은 비용으로 소규모 자료 브로커가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인터넷에 들어가 시간을 조금 보내고 필요시 돈을 조금 지불하면 남의 사생활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개인정보가 얼마나 쉽게 노출되는지 뉴욕타임스가 최근 소개했다.
존스 홉킨스대, ‘온라인 정보바다’에서 개인정보 추출 성공
‘공공정보 자유접속’ vs ‘프라이버시 보호’ 뜨거운 논쟁
“죽은 사람들이 계속 투표권 행사” 정보 선용해 시정
“소셜 시큐리티 번호 빼내 사기” 신분도용 폐해 우려
존스 홉킨스 대학원생들은 3~4명이 팀을 이뤄 볼티모어 시민들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거리뿐 아니라 사망기록, 재산세, 선거자금 지원, 자격증 기록 등을 수집했다. 물론 합법적인 공공자료를 토대로 했다. 각 팀마다 50달러 정도 지출했다. 개인의 정보를 여러 항목으로 체계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은 초이스포인트, 렉시스넥시스와 같은 대형 정보회사들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식을 본 따 연구를 했다.
개인정보를 접하고 이를 분류, 분석하는 과정에서 공공 자료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안과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종종 갈등을 야기한다. 실제 초이스포인트와 같은 대형 회사가 고객의 정보유출로 인해 의회 청문회에 서기도 했다. 그만큼 정보유출은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반향을 일으킨다.
존스 홉킨스 대학원생들의 프로젝트는 이 학교 에비엘 루빈 교수가 고안한 연구과제다. 디지털 기술이 투표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에게 가능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도록 했다. 시간이 제한됐지만 학생들은 지역 정부기관들에 문을 두드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수많은 주민의 개인정보 수백만건을 취합했다.
일례로 주민 데이빗 올브라이트에 대한 정보가 분류됐다. 주소, 전화번호, 직업, 아내 이름, 부부의 생년월일, 1990년 2,200스퀘어피트의 주택 구입가격, 1978년 이후 투표성향 등이 낱낱이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올브라이트의 건축가 자격증이 만료된 사실까지 파악됐다. 여러 자료에서 모은 정보를 재정렬해 한 개인의 신상정보를 소상하게 알아낼 수 있다는데 당사자들은 걱정이 앞선다. 신분도용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토지 구입이나 정치 헌금, 투표성향 등은 모두 다른 정보다. 한꺼번에 하나의 목록에 입력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온라인 기술의 발달로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개인 정보가 통합돼 일목요연하게 나열될 수 있다. 정부기관에 따르면 전국 카운티 정부의 약 28%가 공공기록을 온라인에 띄워 누구든 쉽게 접속할 수 있게 했다.
가장 문제는 소셜 시큐리티 번호 공개다. 공공 기록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개인 정보가 유출돼 도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의 소셜 시큐리티 번호로 각종 상거래를 하면 당사자에게 상당한 재정적 손실을 입히게 된다는 우려다. 플로리다 카운티 법원의 웹사이트를 통해 중앙정보국장 부부의 소셜 시큐리티 번호와 서명까지 알아낼 수 있다.
텍사스의 사설탐정 데이빗 블로이스는 텍사스주 의회에 정보보호를 위한 법안 제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자료가 온라인에 공개되는 것을 금지하자는 취지다. 일례로 법원에 보관된 개인의 기록이 일반에 공개되면 일반인에게는 편리함을 줄 수 있지만 사기꾼이나 테러범들에게도 노출된다는 것이다. 칼 이셋 하원의원(공화)이 제안한 이 법안은 하원소위를 통과해 전체회의의 투표를 앞두고 있다.
정보 자유검색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양면성을 놓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녹록치 않다. 인터넷이 보편화한 요즘 이러한 균형의 미를 찾는 게 가능할 지 의문이다. 정보가 부당하게 유출돼 악용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하겠지만 정보 공유를 법적으로 원천 봉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존스 홉킨스 대학원생들 가운데 몇몇도 비슷한 입장이다. 자신들이 수집한 어마어마한 정보에 놀라면서도 정보공개가 실보다 득이 많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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