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만씨 부부 이라크서 전사한 아들 추모
“성준이가 하늘나라에서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바르게 살아야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
웨스트LA 국립묘지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여한 수 백 명의 인파 속에서 검정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한인 부부가 눈에 띄었다. 지난 3월28일 이라크전에 파병됐던 외아들 성준군을 잃은 이종만씨 부부였다.
아버지 이종만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아들의 죽음을 흥미로운 얘깃거리로만 생각하는 세상이 야속하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성준이 장례식에 참석한 수많은 관계자들 중에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사람이 드물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한 번쯤 되돌아보는 한인사회가 되면 좋겠다.”
어머니 이호상씨는 “아들에게 좀 더 잘 대해주지 못한 게 끝내 한이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라크 파병 전 한국에서 복무할 때 비무장지대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오며 ‘한국 생활이 너무 즐겁다’고 말하던 착한 아들이었다”고 말한 뒤 “아버지가 40이 넘어서 얻은 늦둥이인데 잘 해주지 못해 아쉽고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애나하임에서 자라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2003년 6월 미군에 입대해 그 해 11월 한국 2사단에 배치됐던 이군은 지난해 8월 쿠웨이트를 거쳐 10월 이라크에 파병돼 복무하던 중 숨졌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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