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캠블이 US오픈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혼자서 이븐파로 버텨
뉴질랜드의 ‘마오리전사’ 마이클 캠블(36)이 ‘황제’ 타이거 우즈의 추격을 뿌리치고 제105회 US오픈 챔피언십(총상금 625만달러)에서 우승,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 쟁취의 감격을 누렸다.
19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의 파인허스트 리조트 넘버2 코스(파70·7,214야드)에서 벌어진 2005 US오픈 최종일 경기에서 캠블은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1언더파 69타를 쳐 4일 합계 이븐파 280타를 기록, 우즈를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과 117만달러의 우승상금을 거머쥐었다. 미국 땅에서 생애 첫 승을 따낸 캠블은 1963년 밥 찰스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메이저대회서 우승한 역사상 2번째 뉴질랜드 선수가 돼 일약 뉴질랜드의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또 그는 1996년 스티브 존스 이후 9년만에 처음으로 섹셔널 퀄리파잉을 거친 US오픈 챔피언이 됐다.
반면 전날까지 선두에 6타차로 뒤졌던 매스터스 챔피언 우즈는 이날 첫 두 홀에서 보기를 범했음에도 불구, 캠블에 2홀차까지 따라붙으며 마지막까지 그를 압박했으나 캠블은 요동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마지막 3홀에서 2개의 보기를 범하며 실족, 메이저대회에서 3라운드 리드를 잡지 못하면 우승은 없다는 징크스를 풀지 못했다. 우즈는 3라운드까지 최소한 공동선두를 달린 9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빠짐없이 우승을 차지한 반면 선두가 아닌 채 4라운드에 들어간 25개 메이저(이번 대회 포함)에서는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캠블의 우승은 어려운 조건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은 그의 강인한 정신력과 전날까지 우승을 다투던 선수들을 ‘씹지도 않고’ 통째로 삼켜버린 파인허스트의 험난함이 결합돼 이뤄낸 ‘서프라이즈’였다. 캠블은 이날 종일 이어진 메이저 황제 우즈의 맹추격에도 불구,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갔고 우즈가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한가닥 희망을 살리자 곧바로 17번홀에서 20피트 버디펏을 성공시키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한편 세계골프의 ‘가장 터프한 테스트’임을 자부하는 US오픈코스답게 파인허스트는 이날도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고 결국 단 한 명에게도 언더파를 허용하지 않은 채 4일 합계 이븐파를 친 캠블을 챔피언으로 탄생시켰다. 특히 이날 데일리 베스트는 캠블 등 4명이 기록한 69타(1언더파)에 불과했고 3라운드까지 리더보드 맨 위를 달리던 3명은 모두 80타이상의 스코어를 쏟아내며 곤두박질쳤다. 챔피언조로 플레이한 디펜딩 챔피언이자 대회 3번째 우승에 도전한 라티프 구슨과 세계랭킹 818위의 ‘신데렐라’ 제이슨 고어는 각각 11오버파 81타와 14오버파 84타로 ‘날개 없는 새’처럼 추락, 각각 공동 11위와 공동 49위로 떨어졌고 고어와 공동 2위였던 노장 올린 브라운도 10오버파 80타로 악전고투 끝에 공동 23위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혈관에 얼음물이 흐른다는 말을 들을 만큼 냉정 침착하기로 유명한 구슨이 단 1개이 버디도 잡지 못한 채 보기 9개와 더블보기 1개로 무려 11오버파를 치며 무너진 것은 캠블의 우승 못지 않은 이변. 3라운드 리더 3명은 최종 라운드에서 3명 합쳐 달랑 1개의 버디(고어)를 잡으며 토탈 35오버파를 기록했다.
한편 전날까지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7위로 선전하던 최경주(37)는 이날 6오버파 76타를 쳐 합계 9오버파 289타로 공동 15위를 차지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환상적인 칩샷으로 이날 2번째 버디를 낚아 생애 US오픈 최고성적을 올리며 ‘탑15’까지 주는 내년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제105회 US오픈 주요선수 최종순위
순위 스코어 선수
1 280 (E) 마이클 캠블
2 282 (+2) 타이거 우즈
3 285 (+5) 서지오 가르시아, 팀 클락
마크 헨스비
6 286 (+6) 비제이 싱
11 288 (+8) 라티프 구슨
15 289 (+9) 최경주, 어니 엘스
33 292 (+12) 필 미켈슨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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