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주의적 언행 도마에 올라
’정치인 입각’ 내각제 요소 활용하면서
장관해임案엔 대통령制선 없다 불만
당정분리 외치면서 11人회의 관여도
노무현 대통령이 7일 강원 용평에서 열린 ‘문화강국 2010 육성전략보고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부결과 영남권 총선 낙선자들에 대한 봐주기 인사 등 과정에서 나타난 노무현 대통령의 ‘편의주의적’ 언행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원칙을 무너뜨리거나, 득이 되는 측면만 취해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장관 해임안 처리에 앞서 노 대통령은 “국회의 해임건의 제도는 대통령제에는 없는 개념”이라며 내각제적 요소가 가미된 현행 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실제로는 책임총리제라는 미증유의 제도를 실행하고, 10명의 여당 인사를 입각시키는 등 역대 어느 정권보다 내각제적 요소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게 참여정부다. “똑 같은 헌법 조항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야당을 비난하는 소재가 됐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통치행위를 정당화하는 잣대가 된다”는 비판이 안 나올 수 없다.
노 대통령의 강력한 원칙 중 하나인 당정분리도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당정분리는 시대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고수 의지를 천명했지만 물밑에선 그렇지 않았다. 당ㆍ정ㆍ청 주요인사 11명이 모이는 국정조정 회의가 상설화해 있고, 지난달 24일엔 노 대통령 본인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또 야당이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을 내자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사실상 해임안을 부결시킬 것을 요청했다. 청와대측은 “대통령 고유 권한인 인사권에 관한 문제여서 그랬다”고 설명하지만, 사안의 성격에 따라 당정이 분리됐다가 일체가 됐다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여당이 4ㆍ30 재보선에서 참패하고, 구심력을 잃고 혼조에 빠지는 등 어떻게 보면 훨씬 중요한 문제가 생겼지만, 대통령은 오랜 시간 말이 없었다. 때문에 “청와대가 모양과 실리만 챙기고 책임은 지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정부와 다른 시스템 인사를 외쳐놓고 정작 지역구도 타파 등을 명분으로, 전문성과는 동떨어진 영남 낙선자를 중용하는 낙하산 인사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 역시 문제다. 이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이제는 “어떤 시스템 인사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뛰어 넘을 수는 없다”고 강변한다. 시스템 인사가 ‘코드 인사’를 위한 수단에 불과함을 자인한 셈이다.
경제에 올인 하겠다던 노 대통령이 6일 이해찬 총리에게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결정하는 경제민생점검회의를 주재토록 한 것도 원칙 뒤집기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서울대 법대 정종섭 교수는 “분권형 국정운영, 당정분리, 권력구조 개편 등이 각기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편의에 따라 자의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의미가 왜곡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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