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만여곳 매출 150억달러… 투자대상으로 인기
로버트 암즈델이 펜실베이니아 서쪽에 소형 창고 건물을 짓기로 했던1970년대초만 해도 너무 새로운 일이라 단골 은행조차 융자 결정을 망서렸었다. 당시는 이삿짐 회사들이 이사하는 손님들에게 임시 창고를 제공했지만 손님들은 자기 물건에 마음대로 접근할 수 없었다. 주차장처럼, 빈 땅을 그냥 내버려 두느니 더 나은 용도를 찾을 때까지 이용할 방안으로 취급되던 미니스토리지(요즘은 셀프 스토리지로 더 잘 알려져 있다)가 영업용 부동산업계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초기 수익률 7%
아파트보다 짭짤
매물 없어 못구해
추가경비 안들고
입주율 85%이상
“실속있는 장사”
이 일에 돈을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몰리고, 융자는 기다렸다는듯 즉각 나오며, 매물 가격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업계에는 합병 바람이 불고 있다.
예를 들어 로버트 암즈델이 만들어 작년 10월, 부동산투자신탁(REIT)으로 상장한 ‘유-스토어-잇’은 얼마전 총 3억950만달러짜리 합병을 마무리지어 202개이던 시설을 301개로 늘였다. 지난달 ‘모건 스탠리 부동산의 프라임 프라퍼니 펀드’는 56개 시설을 가진 뉴올리언즈의 개인 회사 ‘세이프가드 스토리지 프라퍼티즈’와 4억달러짜리 합작투자를 결정했다.
그런가하면 솔트레이크시티에 본부가 있는 REIT인 ‘엑스트라 스페이스 스토리지’와 동업자인 ‘프루덴셜 리얼 에스테이트 인베스터스’는 ‘스토리지 USA’를 23억달러에 매입했다. 이로써 ‘엑스트라 스페이스 스토리지’는 630개 시설을 소유 또는 관리하게 됨으로써 1,471개 건물을 가진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의 ‘퍼블릭 스토리지’ 다음 가는 업계의 거물이 됐다.
캘리포니아주 캐시드럴 시티의 ‘데이트 팜 스토리지’는 주변 커뮤니티와 잘 어울리도록 스패니시 스타일로 디자인됐다.
셀프 스토리지가 이렇게 잘 되는 것은 이사를 자주 하고,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도록 물건을 사들이는 미국 사람들의 성향 때문이다. 특히 주택 가격이 비싸고 지하실이 없는 집이 많은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주에서 이런 성향이 강한데 이혼이나 가족의 죽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창고에 넣어두는 물건들을 보험에 들지 않아도 된다면 이삿짐회사보다 훨씬 싼 가격에 장소를 제공할 수 있겠음을 깨달은 후에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회고하는 암즈델은 “우리도 보험을 팔긴 하지만 그렇게 해야할 책임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가격은 훨씬 싸졌죠”라고 말한다.
업계 단체인 ‘셀프 스토리지 협회’에 따르면 오늘날 셀프 스토리지는 3만8,000개가 넘는 시설로 15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5개의 REIT를 포함한 상위 10대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11%에도 못미친다. 2004년도 3.4분기에 냉방이 되는 10스퀘어피트짜리 창고의 전국 평균 렌트가격은 월 135달러로 전년 대비 4%가 상승했다.
영업용 부동산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초기 수익률이 7% 이상으로 아파트 건물보다 훨씬 높은 셀프 스토리지쪽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하는 투자중개회사 마커스 & 밀리챕의 셀프스토리지 담당 찰스 르클레어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7개의 셀프 스토리지 시설을 사려고 15명이 경합을 벌였을 정도다.
투자가들은 셀프 스토리지가 보통 월 단위로 리스 계약을 하므로 경기 추세에 따라 대비하기 좋고, 추가경비가 거의 들지 않으며, 평균 입주율이 85%가 넘는등 실속이 있어서도 좋아한다. 경기가 나빠지면 공실률이 조금 늘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부문보다는 타격이 훨씬 덜하다. “전혀 경기를 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이사를 다니고 소유물을 보관해둘 안전하고 위치 좋은 장소가 필요하게 마련”이라고 ‘뷰캐넌 스토리지 캐피털’ 대표 짐 데이비스는 말한다.
초창기에만 해도 셀프 스토리지 시설은 대개 창고 뒤에 자리잡은 1층 건물로 유닛들은 바깥에서 들어갈 수 있는 차고 같은 모양새였다. 고객들은 여전히 바로 유닛 앞까지 차를 운전해서 들어가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땅값이 비싸지다보니 이제는 다층건물도 나오고 있고, 위치도 주요 도로나 샤핑 센터 인근이 더 꼽히고 있다.
때로는 대형 할인매장이 비우고 나간 건물을 고쳐 사용하기도 하지만 셀프 스토리지보다는 판매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다른 소매업체들을 선호하는 로컬 커뮤니티의 반대에 부딪치는 일도 많다. 어떤 커뮤니티는 셀프 스토리지 시설의 외관을 이웃 주택들과 어우러지게 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주 알리소 비예호의 건축가로 팜스프링스 외곽 캐시드럴 시티의 우아한 스페인풍 ‘데이트 팜 스토리지’등 350개 스토리지 시설을 디자인한 아리엘 발리는 “창고의 크기와 모양, 색깔을 인근 주택들과 어울리게 할 수록 잘 받아들여 진다”고 말한다.
클리블랜드 다운타운에서 14마일 떨어진 동네에 자리잡은 ‘유 스토어 잇’의 바닐라빛 신축 건물은 누가 봐도 셀프 스토리지로 보인다. 그렇지만 기존의 창고를 개조한 이 건물의 내부에는 이용하는 업체들을 위한 하이텍 시설들이 가득하다. 셀프스토리지협회에 따르면 셀프 스토리지 손님의 40% 가량은 비즈니스 영업 목적으로 이 시설을 이용한다는데 ‘유 스토어 잇’을 비롯한 셀프 스토리지 회사들도 보관 목적으로 더 많은 돈을 내고 사무실이나 소매업을 위한 공간을 빌려쓰고 있을지 모르는 큰 회사들을 끌어 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영업용 고객의 편의를 위해 서로 다른 직원들의 창고 출입 상황을 추적해주는 전자 시스템, 사무실 문이 닫힌 시간에도 짐을 부릴 수 있는 보관함등 새로운 기재와 시설들을 시험 및 설치하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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