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에 불리한 새 파산법이 시행되기 전인 9월중에 파산보호 신청을 법원에 접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스웨스트 항공.
잇단 파산·적자 딛고 부활하려나
미 경제를 대표하는 항공업계와 자동차업계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오랫동안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이들 업계는 수년 전부터 고유가와 앙등하는 직원 건강보험 비용 등 적대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끝모를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9.11 테러로 수요가 급감하는 직격탄을 맞았던 항공업계는 파산보호 신청이 잇따르고 있고 자동차업계 역시 작년말 현재 GM의 채무가 3,000억달러에 달하는 등 빈사상태에 있다. 현재 이들 업계는 다각적인 자구책을 마련, 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항공업계와 자동차업계의 현주소와 어려움에 처하게 된 배경, 대책 및 전망 등을 짚어본다.
항공업계
살인적 연금보험료 부담
저가항공사 거센 도전 등
난제 산적, 추가파산 우려
■현주소
유나이티드 항공(UA)와 US 에어웨이스 등에 이어 델타와 노스웨스트도 파산보호 신청을 9월 중에 법원에 접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한 이 기사는 오는 10월17일부터는 항공사측에 불리한 새로운 파산법이 적용된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델타항공은 작년에 52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 최악의 해를 보냈으며, 콘티넨털 항공도 3억6,300달러의 손실을 봤다. 노스웨스트 항공 역시 손실이 8억7,800만달러에 이르렀다.
■배경
항공업계의 파국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항공사들의 연금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진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연방 상원 예산위의 더글러스 이아킨 의원은 최근 청문회에서 “향후 10년간 연금 적자 규모는 현재의 3배 이상 늘어난 7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현 제도가 유지될 경우 연금지급보증공사(PBGC)는 기업들이 내는 보험료를 5배 늘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부담은 결국 항공사의 연금납부 중단을 초래했다. 최근 유나이티드 항공(UAL)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11만9,000여명의 근로자에 대한 기업연금 보험료 납부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미 기업연금 사상 최대 규모의 채무상환 불능상태(default).
또한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델타항공 등도 연금납부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델타항공도 올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또다시 대규모 디폴트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치솟는 유가와 제트블루,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저가 항공사들의 마켓 잠식 등의 원인도 항공사들의 위기에 큰 몫을 했다.
■대책
고유가에 따른 경영난이 이어지자 항공사들은 그동안 저가 항공사의 도전 때문에 눈치만 보던 항공요금을 인상했다.
델타항공의 경우 지난 6월에 이어 7월에도 여객운임을 올렸다. 이륙 직전에 구매할 수 있는 편도 이코노미석 요금의 최고 가격을 기존 499달러에서 599달러로 인상했다. 아메리칸항공, UAL의 유나이티드항공, 컨티넨탈항공 등도 곧 델타의 뒤를 따랐다.
서비스 삭감도 항공사들의 대표적인 전략이다. 웬만한 국내선 노선에서는 식사는 물론이고 간식도 제공하지 않는 등 ‘짠돌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델타와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국내선에 배치되던 기내 베개를 모두 없애버렸다.
GM은 최근 판매량 제고를 위해 소비자들에게 직원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짭짤한 재미를 봤으며,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도 유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자동차업계
일본·한국차 시장 잠식속
헬스케어 경비 대당 $1,500
노조에 비용절감 협조 요청
■현주소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GM)는 최근 3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GM은 최근 2분기에 주당 51센트(총 2억86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 전년 동기 주당 2.42달러의 순이익과는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특히 GM이 3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지난 1990~1992년 이후 최초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2위의 포드 역시 2분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둔화됐다. 포드의 2분기 주당 순이익은 47센트(총 9억4,60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주당 57센트보다 18.7%나 감소했다.
GM과 포드는 지난 5월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의해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배경
GM과 포드가 벼랑끝으로 내몰린 것은 과도한 인건비, 낮은 생산성, 천문학적 수준의 헬스케어 비용, 파업 악순환 등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꼽는 최대 원인은 노조문제. 최강을 자랑하는 GM 노조는 빈번한 파업으로 유명하다. 수년 전 전체 29개 공장 중 27개 공장에서 벌어진 파업에서는 42일간의 조업 중단으로 회사는 22억달러, 노동자들은 10억달러의 손실을 보기도 했을 정도다.
■대책
이같은 긴급 상황을 맞아 위기 속에서 자동차업계는 비용을 줄이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자동차업계는 우선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에 가장 효과적인 가격 낮추기 카드를 빼들었다. GM을 선두로 포드, 다일러크라이슬러가 잇달아 일반 소비자들에게 직원할인가를 적용하는 대열에 선 것이다 .
덕분에 지난 7월 1-15일까지 GM의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42% 급증했으며 포드는 27%,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미국 브랜드는 11% 늘어났다. 일부에서는 7월 전체 판매대수가 연율 기준으로 지난 2001년 9월11일 이후 최고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용 절감 노력 또한 활발하다. GM의 경우 지난 5년간 33%나 급등한 헬스케어 비용 절감에 협조해 줄 것을 얼마전 자동차노조연맹(UAW)에 요청했다. GM은 비용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기업. 헬스케어가 적용되는 GM의 종업원, 퇴직자, 부양가족은 무려 총 110만명에 이르며, 그 비용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한 대 당 1,525달러에 이른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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