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잔디밭과 아름다운 건축물로 장식된 워싱턴DC의 중심부를 ‘내셔널 몰’(National Mall & Memorial Parks)이라 부른다. 현재 내셔널 몰은 동으로는 의사당, 서로는 링컨기념관, 북으로는 백악관, 남으로는 제퍼슨기념관이라는 분명한 경계선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워싱턴 모뉴멘트 탑이 위치한다.
그러나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명을 받아(1791년) 미국의 수도를 설계한 건축가 피에르 랑팡의 ‘원안’에 따르면 내셔널 몰은 현재보다 훨씬 좁았다. 그는 의사당과 워싱턴 모뉴멘트 사이의 직사각형 정원만을 내셔널 몰로 설계했다.
이어 1901년 제임스 맥밀런 상원의원(미시간)이 이끈 위원회가 백악관, 링컨기념관, 제퍼슨기념관 등을 내셔널 몰에 포함시킴으로써 현재의 위치가 확정됐다.
그래서 1791년 랑팡이 계획한 내셔널 몰을 ‘제1세기 몰(First Century Mall)’이라고, 맥밀런 상원의원 이후 현재의 내셔널 몰을 ‘제2세기 몰’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새 천년을 맞았으니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상에 걸맞게 ‘제3세기의 몰’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룹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의 몰을 구하기 위한 전국연합(National Coalition to Save Our Mall, 이하 전국연합)’의 쥬디 펠드만 회장은 “현재 정치인들은 내셔널 몰을 완성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완성물을 보호하기 위한 펜스가 계속 쳐지고 있다”면서 “이런 사태가 계속된다면 내셔널 몰은 민주주의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시민들의 열린 공간에서, 로마시대의 유적지처럼 닫힌 공간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임은 이미 의회-연방정부-국립공원관리국-언론 등을 상대로 50여 차례나 설명회를 열었으며, 관련 팜플렛을 만들어 DC에서 무료 배포하고 있다. 이들이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역은 크게 네곳으로 나뉜다.
우선 동쪽으로는 연방의사당에서 남으로 뻗어내려가는 사우스 캐피틀 스트릿(South Capital Street)과 14번가, 그리고 M St. SE의 일부를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버지니아의 포토맥강 연안을, 남쪽으로는 포토맥강과 아나코스티아강이 만나는 삼각지점인 헤인스 포인트(Hains Point)까지, 그리고 북쪽으로는 링컨 기념관 북쪽의 포토맥강 동안 3마일 구간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이다.
현재 내셔널 몰의 전체면적은 725에이커인데,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1075에이커이상으로 50% 정도가 확장된다. 전국연합은 이 정도의 공간이 추가돼야 현재 공공-민간 기관들이 계획 중인 51개의 기념관과 4개의 대형 박물관이 모두 내셔널 몰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연방정부, 그리고 국립수도권 설계위원회(National Capital Planning Commission) 등은 “새로 들어설 기념관 등은 분산배치하면 되므로 1901년의 맥밀란 위원회 같은 특위가 구성될 필요는 없다”는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상원 에너지-천연자원 위원회의 크레이그 토마스 위원장(공화, 와이오밍)이 지난 봄 청문회에서 “21세기에 걸맞는 설계노력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해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토마스 위원장은 지난 주 서면 자료를 통해 “맥밀란위원회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자신의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9-11 테러 이후 날로 보안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방문객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내셔널 몰이 21세기를 맞아 전국연합의 주장대로 그 면모를 일신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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