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레븐·버진 모바일 등 ‘선불식’플랜 판매 인기
통화량 적은 사람에겐
‘정액식’플랜보다 유리
분당 요금 20센트 꼴
한도 소진땐 보충가능
진 야나로는 셀폰을 날마다 출퇴근 길에 마실 것이나 군것질거리를 사러 들르는 편의점 ‘7-일레븐’에서 장만했다. 자주 쓰지도 않으면서 셀폰 회사에 매달 내는 돈이 너무 아깝던 차에 작년 말 ‘7-일레븐’에서 파는 선불제 셀폰을 써보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 산 50달러어치의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다 쓰고 나면 우유 사러 간 길에 더 사 넣으면 되니 불편할 일도 없다.
작년부터 자체 이동전화 서비스를 시작한 ‘7-일레븐’을 비롯, 전화 사업을 해본 일도 없고, 전혀 관계도 없어 보이는 회사들이 10여개나 이동통신 판매업에 뛰어들고 있다. “테크놀로지 회사만 테크놀로지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케빈 엘리옷 ‘7-일레븐’ 부사장에 따르면 ‘7-일레븐’이 2004년 6월부터 전국의 5,500개 매장에 비치하기 시작한 전화기 모델은 현재 6종에 이른다. 상자에서 꺼내자마자 켜고 전화를 걸 수 있는 것들이다.
이제까지 전화 서비스는 수 십억달러를 들여 무선 주파수를 사고, 복잡한 네트웍을 건설할 수 있는 대기업들만 제공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광고 예산과 어느 정도의 시장을 가진 회사라면 ‘노키아’나 ‘모토롤라’에 전화기를 주문하고, ‘스프린트’나 ‘싱귤러’ 같은 회사에서 남아도는 네트웍 용량을 도매값으로 사들여 자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셀폰이 일상용품화하고, 소비자들의 자기 표현 수단으로 대두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한 이 업종, 가상 이동통신망 회사들은 또 기존 셀폰회사들의 콜링 플랜보다 더 돈이 덜 드는, 분당 20센트 정도의 선불제를 실시한다.
현재 셀폰회사들이 파는 콜링 플랜은 다달이 정해진 통화시간에 따라 정해진 요금을 내는 것으로, 분당 통화요금은 조금 쌀 지 모르지만 정해진 시간 만큼 통화를 하지 않았더라도 매달 같은 요금을 내야 하며, 사용 시간을 초과하면 분당 45센트나 더 내야 한다. 반면 선불제는 지불한 시간을 써버리면 그때 그때 더 사서 보충하면 되므로 절약파, 청소년, 전화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연매출 1,000억달러인 미국 무선이동통신 시장의 한 조각이라도 차지하기를 열망하는 회사들은 ‘7-일레븐’ 이외에도 많아 오락과 여행전문 ‘버진’의 자회사 ‘버진 모바일’은 300만명의 고객을 갖고 있고, ‘디즈니’와 ‘ESPN’도 내년부터 셀폰 서비스를 시작한다. 래퍼 출신으로 얼마 전 남성복 시장에도 진출한 션 콤까지 자체 전화 서비스를 시작할지 모른다.
미국에는 아직 근 35%나 되는 사람들이 셀폰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개인의 입맛에 따른 맞춤 서비스와 쓰는 만큼만 돈을 내게 하는 서비스를 무기로 끌어들일 고객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미국의 셀폰 사용자 1억8,200만명중 가상이동통신망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은 현재 1,300만명 정도인데 2006년말에는 신규 이용자가 42%는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자체 통신망의 잉여 용량을 판매하는 것은 ‘스프린트’ 같은 회사에도 이익이다. 덕분에 새로운 수익이 창출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 것이다.
이 업종에 착수하기 위해 넘어야할 장벽이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새로 사업을 시작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큰 회사들도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서로 가입자를 빼앗아가려 싸우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워낙 마진이 박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려면 가입자들을 하나라도 더 끌어 모으는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자기 브랜드의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전화기도 사야 하고, 요금 청구 시스템도 만들어야 하고, 고객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스프린트’의 존 가르시아 부사장은 “상당히 어려운 비지니스”라며 “이 업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우리가 말린 업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놀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주류 전국규모 셀폰회사들도 나름대로 선불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넥스텔’의 ‘부스트’는 쓰는 만큼만 돈을 내고 싶어하는 젊은층을 겨냥한 것으로 지난 18개월간 17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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