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부 무자격 원어민 영어 강사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후 영어교육업계가 영어권 한인 교포 채용에 눈을 돌려 현지 채용설명회까지 열고 있다는 기사가 나간 후 1세 부모들로부터 업체 연락처를 묻는 문의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자녀를 한국으로 보내고 싶었지만 브로커를 믿을 수가 없어 공신력 있는 연락처가 필요했다는 아버지부터, 자식이 절대 ‘백수’는 아니고 좋은 직장도 갖고 있지만 한국문화를 좀 더 배웠으면 한다는 어머니까지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부모들은 어쨌든 자식이 한국에 가서 한 1년 살다왔으면 했다.
물론 “월급수준이 너무 낮지 않느냐”는 불만부터 “유흥문화가 발달했는데 흥청망청 노는 것만 배워 애를 망치는 것은 아니겠냐”는 당연한 걱정도 따라왔다. 하지만 부모들이 한국행을 문의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같았다. 바로 자식이 “한국식으로 말이 좀 통했으면”하는 바램 때문이었다.
한결같이 공부 잘해 미국식으로 잘 성장해 줬지만 부모 입장에선 그래도 ‘한국식 문화’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아들, 딸이었으면 하는 소망을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성장하며 부모로부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흡수하지만 그것은 생활의 일부에 불과하고, 한인 2세들이 우리말을 배울 기회도 온전하게 뿌리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서 해외 어학연수가 붐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좀 색다른 현상이 생겨났다. 짧게는 반년, 보통은 1년 가량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 가서 어학연수를 하고 돌아온 대학생들이 “한국은 이런데, 미국은 이렇더라”는 식으로 스스로 체험하고 돌아온 문화에 대해 비교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뒤집어본다면 젊은 한인들이 짧은 시간이나마 제대로 한국을 경험하고 돌아온다면 언론과 한인사회에서만 접하는 막연한 한국에 대한 정보에서 한 걸음 나아가 스스로의 판단할 수 있는 자양분을 듬뿍 담고 돌아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어 한마디 못하던 딸이 원어민 교사로 채용돼 한국에 간 뒤 전화를 걸어와 “아버지 건강 생각해서 술 좀 적게 드세요”라고 또박또박 한국어로 얘기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던 한 한인 남성의 모습은 우리의 초상일 것이다.
배형직
<사회부>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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