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영목사(오클랜드한인연합감리교회)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매사에 기다림이 따른다. 사무엘 베켓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라는 희곡이 있다.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길가에 서 있는 나무 아래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아무 말 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고도’(godot)란 미지의 인물을 기다리고 있다. 고도가 오면 그들은 구원을 받는다는 신념으로 매일같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고도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 연극은 막을 내린다. 과연 그들이 기다리던 고도는 누구일까? 라는 질문을 안고 관객은 극장을 나선다. 이렇게 저렇게 추리를 해 본다. 어떤 이는 하나님이라 하고, 다른 이들은 죽
음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과연 중요한 것은 고도가 누구냐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은 기다림 속에 살아가는 실존이라는 지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주부가 밥을 해 줄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하긴 요즘은 자기 먹을 것을 자기가 알아서 찾아 먹는 가정도 많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주급을 줄 때까지, 또는 월급을 줄 때까지 잠잠코 참고 기다리며 일을 해야 한다. 약혼을 하고 결혼 날짜를 받아 놓은 젊은이들은 결혼 일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요셉이 마리아와 정혼하고 결혼하기까지 참고 기다린 것처럼. 결혼하여 임신한 여인은 아이가 태중에서 자라 순산할 때까지 적어도 10개월은 참고 기다려야 한다. 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여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야 졸업장을 받는다. 입학했다고 바로 졸업장 주는 학교는 없다. 농부는 봄에 밭에 씨를 뿌리면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어 추수할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길거리에 작은 자판을 벌리고 물건을 파는 사람도 손님이 자기의 물건에 관심을 가지고 살 마음을 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사업을 새로 시작한 사람도 사업이 자리를 잡아서 돈이 벌릴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미시건에서 살 때 세탁인협회에서 행사를 하는데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다. 내가 앉은 테이블에는 뉴욕에서 온 초대 손님이 같이 앉았다. 그는 당시 세탁인전국연합회 이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얼마 전에 세탁소를 새로 열었다고 했다. 그리고 말하기를 세탁소를 새로 열 경우 6개월은 자기 자본을 투입하고 7개월부터 1년이 차기까지 수입과 지출이 맞아떨어지면 그 다음부터 돈이 벌리기 시작한다고 했다. 물론 어떤 위치에 어떻게 시설을 갖추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 질 수가 있을 것이다. 세탁소를 새로 열어서 돈을 벌려면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신앙생활도 참고 기다리는 생활이다. 하나님의 축복의 약속은 참고 기다리는 자가 얻게 된다.
이스라엘 백성은 메시야 오시기를 수백 년이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들은 기다리는 중 안절부절하여 해서는 안 될 일도 많이 저질렀다.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과 명령에 따라 모세가 애굽에서 살던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으로 인도해 가는 과정에 하나님은 모세를 불러 산 위로 오라 하였다. 모세는 40일 주야를 금식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하나님께서 친히 써 주신 십계명을 받아 가지고 산에서 내려 왔다. 그러나 기다리던 백성들은 모세의 형 아론을 졸라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섬기고 있었다. 그 동안을 못 참고 하나님께서 싫어하는 우상을 만들었던 하나님의 선민이라고 자랑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었다.
기다림과 참음과 견딤은 같은 점이 많다. 첫째,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다. 둘째,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어난 상황이라는 것이다. 셋째, 지루하다는 것이다. 넷째, 결과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다림은 즐거울 때도 있겠으나, 참음과 견딤은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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