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번으로 주변인물 정보도 검색 가능
남녀관계 비교적 균등했던 당대 사회상 드러나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고려 초기부터 조선 중기에 이르는 족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이 완성돼 한국의 중세 2개 명문가의 가계도가 처음으로 전산화됐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원장 김흥규ㆍ이하 민연)은 고려 초기부터 기록이 남아있는 `안동권씨성화보’(安東權氏成化譜ㆍ1476)와 `문화유씨가정보’(文化柳氏嘉靖譜ㆍ1565)에 수록된 6만여명의 인물정보를 전산화했다고 1일 밝혔다.
민연에 따르면 이 두 족보는 `족보 위조(僞造)’가 성행하던 17세기 이전에 출간된 것으로 내용이 비교적 정확하고 수록인원이 방대해 학계에서 이미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안동 권씨가(家)에선 동국사략을 편찬한 고려말 조선 초기의 문신 양촌 권근(陽村 權近ㆍ1352~1409) 등을, 문화 유씨가는 조선 중기의 충신 서애 유성룡(西厓 柳成龍.1542~1607)을 각각 배출한 명문가로 꼽히고 있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지난해 9월부터 민연이 추진한 족보 전산화 프로젝트는 안동권씨성화보에 수록된 시조의 친손과 외손을 총망라한 9천여명과 문화유씨가정보의 5만5천여명의 상세한 인물정보가 입력됐다.
이번에 완성된 족보 DB는 족보 속 인물의 가족관계, 생ㆍ몰년월일, 관직, 호ㆍ아명ㆍ시호 등의 정보를 자세히 수록했고, 족보를 통해 드러나지 않거나 판독이 불가능한 정보는 조선왕조실록, 문집, 묘비문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 과정을 거쳐 입력됐다.
이번 DB화 작업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인물의 개별정보 뿐 아니라 그와 친ㆍ인척 관계에 있는 인물들의 정보가 연동되게끔 만들어졌다는 것.
민연 관계자는 특정인을 `클릭’하면 자녀의 정보, 그 자녀의 조카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족보를 스캐닝해 전자파일(PDF)로 만들어 모니터에서만 볼 수 있게 만든 기존 족보 전산화 작업과 차별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 김난옥 전임연구원은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이순신 장군이나 퇴계 이황 선생도 DB상에서 문화유씨 가문의 친ㆍ인척 네트워크를 따라가다 보면 `손녀사위의 후손’으로 이름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에서 얻어진 또 하나의 소득은 조선 전기 양반가의 `시스템’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김 연구원은 유씨 성이 아닌 이순신과 이황이 유씨 족보에 이름을 올린 것은 조선 초기까지는 문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했고 이점이 족보에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조선 전기는 아들ㆍ딸이 균등상속을 하고 돌아가며 제사를 모시는 등 17세기부터 정착된 성리학적 가부장제 사회와 구별된 시대라며 이들 족보에도 부계 뿐 아니라 모계와 처계의 모든 가족관계가 충실히 올라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이정란 전임연구원은 17세기 이후 편찬된 족보은 딸에 대한 기록을 상당수 누락했고 기껏해야 딸과 사위ㆍ외손까지 기재했을 뿐이며 일제시대부터는 아예 딸의 이름은 없고 사위만 올리는 형태로 변질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작업으로 17세기 이후 족보에만 익숙한 우리가 알지 못했던 16세기 이전 중세 사회상이 체계화된 자료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한 인물을 클릭하면 4대조 고조부모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친족도인 `팔고조도(八高祖圖)’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물정보에 묘지위치, 거주지, 교유관계 등을 추가, 당시 생활상 연구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ellopl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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