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과테말라·온두라스등 공장이전 고민
값싼 노동력-무관세 혜택은 큰 매력
숙련공 부족·배타적 시각 극복 과제
“기회인 건 분명하니, 가기는 가야 하는데….”
한인 섬유업계 종사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미국과 중미 6개국이 체결한 얼마 남지 않은 ‘미-중미 자유무역협정’(카프타·CAFTA)의 발효를 앞두고 생산 시설을 중미로 이전해야 하나를 결정하는 게 관건이다.
카프타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생산한 섬유가 미국으로 들어올 경우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물론 미국 제품이 6개국으로 수출될 때도 같은 혜택이 돌아간다.
미국이 카프타를 통해 노리는 가장 큰 효과는 중국 견제다. 카프타가 발효되면 중미산 의류 제품의 대미 수출이 늘 수밖에 없다. 늘어난 중미산 제품을 통해 쿼터 해제 후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의 흐름을 되돌리려는 게 미국의 목적이다. 중미 6개국에 부과되는 연간 수입관세 320억달러가 사라지면 중미산 제품의 원가 경쟁력은 높아질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김선화 무역관 통상전략팀장은 ‘카프타와 섬유 수출 기회’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미 국가간 특혜 무역은 다른 나라의 미국 시장 진입을 더 어렵게 만들겠지만, 중미를 통한 우회 진출의 기회도 생긴다”며 “카프타는 니카라과 등 일부 협정국에 대해 역외국산 원단 사용을 허용했기 때문에 중미 생산기지를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인 업계도 카프타가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회를 좋은 결실로 맺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아 머뭇거리고 있다. 선뜻 중미 진출을 마음먹은 업체가 없을 정도다.
윤호웅 봉제협회장은 “카프타가 값싼 중국산에 밀려 고전하는 한인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걸로 예상하고 있다”며 “조만간 회원들이 다 모여 중미 진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인 업계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중미에 숙련 노동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력을 교육해 성과를 내려면 몇 년이 흘러야 해 투자 부담이 상당하다. 또 한인들이 돈만 벌고 단 물이 다 빠지면 중미를 빠져나가는 게 아니냐는 배타적 시각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중미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토지 등을 무상 임대할 의향이 있는 가도 확인해야 한다.
윤 회장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가 맺은 북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뒤 한인 업체가 7년 전 멕시코 티화나로 대거 진출했지만 80%가 문을 닫고 철수했다”며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카프타에 따른 후속 조치는 신중하게 내리려고 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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