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체포된 김학봉씨 피살사건의 용의자가 히스패닉 고용인으로 밝혀짐에 따라 한인 건축업계와 히스패닉 노동자들의 고용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인 건축업계는 라티노들을 대규모로 고용하는 대표적인 업종. 워싱턴 지역에서 약 3-4천명이 한인 건축업계와 고용관계를 맺고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도 식당, 세탁소, 식품점, 이삿짐 센터 등에서 일하는 라티노 종업원을 합치면 약 4-5천명의 히스패닉들이 워싱턴 한인사회와 밀접한 영향을 맺고 있다. 한인경제계의 기초 노동력의 대부분을 라티노 인력들이 메워주고 있는 셈이다.
라티노들이 한인 건축업계에 진출한 건 10여년 전. 초창기만 해도 별 문제가 없었으나 인원이 늘어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고 독립을 통해 한인 건축업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건축 일선에서 한인 업주와 라티노 노동자와의 관계는 비교적 원만한 편.
대부분의 한인 건축업자(칸트랙터)들은 6-10명의 라티노들과 고정적으로 고용관계를 맺어 일하고 있다. 임금도 헬퍼(잡부)는 시간당 8-11달러, 기술자는 14-16달러를 준다. 하루 10시간 일하면 기술자의 경우 약 150달러를 챙기는 셈이다.
한-라티노 고용관계에서 주로 말썽이 생기는 건 인력시장을 통해 일시 고용하는 경우. 인력시장은 애난데일 세븐 일레븐과 맥도널드 앞, 센터빌의 도서관앞 등이 대표적인 장소. 이밖에도 각 지역마다 히스패닉 인력시장이 형성돼 있다.
인력시장 일용직의 경우 기술이 없고 신원이 확실치 않은데다 물품 도난 등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한인 업자들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는다.
다만 사이딩이나 루핑등 단일 업종 종사자들의 경우 급하게 미숙련 잡부가 필요할 때 인력시장에서 당일치기 고용을 하기도 한다.
이번에 피살된 김학봉씨도 인력시장에서 일시 고용한 라티노 노동자에 화를 당했다.
라티노 노동자들도 몰상식한 일부 한인 업주들에 쌓인 게 많다. 비인간적 대우와 임금을 떼먹는다는 게 이들의 주된 불만.
어떤 한인 업주들은 라티노 노동자들에 고압적인 태도는 물론이고 “야” “너“ “맥짝”등 모욕적인 언사와 욕설마저 서슴지 않는다.
한 건축업자는 “한국에서부터 건축업은 욕을 거칠게 해야 잘 돌아간다는 나쁜 버릇이 배인데다 히스패닉들이 영어도 잘 못하고 만만하니까 함부로 대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임금 트러블도 한-히간 불화를 촉발하는 인화성을 지녔다.
일부 한인 업자들은 딱히 정해놓은 노동시간이 없다. 아침 7시부터 해떨어질 때까지가 하루 노동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위험한 일은 도맡아 시키면서도 무시당한다는 불평들이 라티노 커뮤니티에서 쏟아져나온다.
엑토르 아리아가 목사(알렉산드리아 라티노 교회)는 “노임을 떼어먹고 수표를 바운스 내기도 하고 시간당 10달러씩 주기로 해놓고 나중에는 6-7달러로 깎는 등 부당한 대우가 많다”며 “특히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욕을 하는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갈등이 생겨도 해소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도 한-라티노 관계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히스패닉 종업원을 대하는 한인 업주들의 사고방식이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하면 라티노 그룹과의 개인적 분쟁을 넘어 인종적 갈등과 충돌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이블 리모델링의 조셉 김 대표는 “말이 안통해도 사람은 마음으로 통할 수 있다”며 “공평하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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