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지역에 190개 지점을 갖고 있는 은행이지만 작년 가을부터 공식명칭에서 은행이라는 단어를 삭제시켜 버린 ‘해리스’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시티·해리스 등 이름에 ‘은행’완전 삭제
스타벅스·홈디포·맥도널즈 등 벤치마킹
연장 영업 등 고객 중심으로 발빠른 변신
손님들과 체킹 구좌 하나가 아니라 더 많은 거래를 하는 ‘원 스탑 파이낸셜 센터’를 지향하는 은행들이 이름에서 ‘은행’이라는 말을 빼버리고 있다. ‘은행’이 아니라 보다 개인적이고, 보다 편리하며 소비자 위주로 경쟁하는 ‘소매업체’가 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시카고 지역에 190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 ‘해리스 뱅크’는 작년 가을부터 공식 명칭에서 ‘뱅크’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그저 ‘해리스’로 통한다. ‘뱅크원’의 14개주 1900개 지점 역시 작년에 ‘JP모건 체이스’ 은행에 합병 당한 이후 그냥 ‘체이스’ 한 단어로 바뀌고 있다. 미국 최대 금융기관중 하나인 뉴욕 ‘시티그룹’ 산하 ‘시티뱅크’도 크레딧 카드와 모기지 판매에서는 그저 ‘시티’로 통한다.
뱅크라는 말을 뺀 이름이 이처럼 많아지는 것은 소비자 태도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고객들의 충성도나 영업 면에서 은행이라는 단어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오히려 고객들이 생각하는 범위를 제한시켜 훨씬 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은행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업체건 이름을 바꾸려면 상당한 비용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간판도 바꿔야 하고 모든 관계 서식도 새로 만들어야 하며 새 이름을 널리 광고도 해야한다. 그렇지만 요즘 리테일 뱅킹 업계에 자리잡고 있는 고객 중심 멘탈리티에 비추어 보면 당연히 할 일이다. 아틀랜타의 금융업계 연구회사 ‘시너지스틱스 리서치’의 CEO 빌 매크래켄은 “은행이라는 단어를 빼버리는 것은 사소한 일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문화적 변화로 고객들에게 ‘우리는 은행이 아니라 가게’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지점들을 ‘매장’이라 지칭하는 은행들은 많다. ‘커머스 뱅크’ ‘엄프쿠아 뱅크’ ‘US 뱅크’ ‘뱅크아틀랜틱’ ‘워싱턴 뮤추얼’등이 그렇다. 아울러 영업시간 연장, 수퍼마켓및 기타 상점내 지점 개설, 보다 캐주얼하고 친숙한 분위기등 다른 변화들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스스로를 소매업자로 여기기 시작한 은행들이 더 오래 매장 문을 열고, 텔러들을 더 친절하게 훈련시키는등 ‘맥도널즈’와 ‘노스트롬’식 멘털리티가 은행 업계에 침투하기 시작했다”고 맥크래켄은 덧붙인다.
‘커머스 뱅크’는 은행 업무에 소매점식 전략을 도입하는데 가장 앞장선 은행중 하나다. 소비자에게 영업 초점을 맞추기 위해 지점들을 ‘맥도널즈’ ‘홈디포’ ‘스타벅스’를 본따서 꾸미고 ‘타겟’ ‘올드 네이비’ ‘빅토리아즈 시크릿’ 같은 큰 소매업체에서 간부들을 스카웃해 왔다. 뉴저지주 체리힐에 자리잡은 ‘커머스 뱅크콥’을 1973년에 창설한 CEO 버논 힐은 부동산 개발업자로 맥도널즈 식당들을 여럿 지으면서 은행은 소매업자라는 생각을 가다듬게 됐다.
동부 해안 지역에 330 지점을 갖고 있는 ‘커머스 뱅크’는 무료 동전세는 기계, 무료 개인 체킹, 연중무휴 뱅킹을 제공하며 지점마다 안내인을 배치하고 있다. 아울러 소매업자들이 하는 것처럼 수천명의 ‘미스테리 샤퍼’를 기용한 리서치 비용도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기본 철학은 은행업은 소매업이고 고객들에게 좋은 소매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예금을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고객들은 이자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더 나은 소매 경험이 제공하는 은행을 원한다”고 힐은 말한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엄프쿠아 은행’은 말하자면 서부해안의 ‘커머스 뱅크’로 지점들을 ‘커뮤니티 센터’라 부른다.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이 되기 위해 자체 브랜드 커피와 신문, 잡지도 비치하고 있으며, 영수증과 함께 자체 브랜드 초컬릿을 나눠주는가 하면 로비에는 손님들이 노래를 다운로드해서 엄프쿠아 CD에 담아갈 수 있도록 CD굽는 기계도 자리잡고 있다.
‘워싱턴 뮤추얼’은 분위기가 캐주얼하기로 제일이다. 카키 바지와 은행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젊은 분위기의 안내인이 고객을 맞이하는 이 은행의 전국에 2000개 이상 ‘소매 은행 매장’의 텔러들은 이제까지처럼 유리를 사이에 두지 않고 보다 퍼스널하게 손님을 상대한다. 지점 내부를 원형으로 배치하고 부모가 ‘샤핑’을 할 동안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은 곳도 있다.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고객 중심 스타일이 은행업계 전체로 파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지만 어떤 이름이나 스타일로건 그저 단순한 은행 이상이 되려는 멘털리티는 잔류할 것으로 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금융서비스전략담당 매니저 빌 하트넷은 은행들이 앞으로 5년, 10년후까지 살아 남으려면 지금까지와 같은 사무처리 위주의 서비스를 탈피해야 할 것이라며 “소매점처럼 따뜻하게 환영하는 분위기에서 고객들을 잘 알고 가치있는 금융 상품을 안내해야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곳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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