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타페에서 문구 수입상을 하고 있는 현모씨(35)는 열흘 전만 해도 중국과 베트남에 있는 협력 공장에 주문 전화를 걸기 바빴다. 추수감사절부터 시작되는 연말 할러데이 샤핑 시즌에 맞춰 받은 주문 물량을 납기일에 맞춰 대기 위한 독촉 전화였다. 그러나 열흘 사이에 상황은 뒤바뀌었다. 지금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스 등지에서 밀려오는 주문 취소 전화를 받고 있다. 피해가 막심해 겨울 장사를 할 수 없다는 통사정에 위약금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다.
남가주 수입상·운송업체 등
주문 취소-트럭 부족‘초비상’
식품도매업체들도 타격 우려
현씨는 “동남부 지역 거래처가 취소한 연말 물량을 남가주 지역에서 소화시키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지만 소비 심리가 풀리지 않아 이마저도 어렵다”며 “지금부터 고난의 시작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한인의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씨처럼 연말을 준비하던 수입상들은 동남부 거래선의 주문 취소에 신음하고 있다. 운송업체들은 이용할 수 있는 트럭이 부족, 배송 기일을 제때 못 맞춰 항의를 받고 있다.
이기영 ㈜한진 LA 지점장은 “LA에서 루이지애나, 테네시 등 동남부 지역으로 트럭을 이용해 물건을 보내는 데 이틀이면 충분했는데 카트리나가 지나간 뒤에는 나흘씩 걸린다”고 말했다.
배송 기간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트럭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 구호 물자 수송을 위해 트럭을 많이 징발하는 바람에 민간 운송업체에서는 차량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카트리나 이전보다 이용 가능한 트럭이 30% 정도 줄었다.
이 지점장은 “항공 운송을 택한 수출업자들은 대개 시기성이 중요한 물품을 취급하는 특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납기일을 못 맞출 걸 걱정한 한인 업체들이 선적 자체를 아예 포기하는 것도 계속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 도매를 하는 한인들도 연말 장사가 걱정이다. 뉴올리언스가 녹색 커피빈의 27%를 처리하고 있고, 전국의 옥수수, 콩과 각종 곡물의 60%가 미시시피강을 따라 루이지애나로 향하고 있어서다.
루이지애나는 또한 전국에서 굴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라 음식 수요가 느는 연말 성수기에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한인 식품 도매상들은 걱정하고 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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