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의 ‘여왕의 조건’으로 좋은 시절을 누린 SBS 아침 드라마가 10일부터 이아현의 ‘들꽃’(극본 정지우, 연출 조남국)을 방영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 ‘온리 유’를 통해 이혼 이후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연기 스타일을 구축해가고 있는 이아현을 내세운 작품이다. 이아현은 최근의 전작들과 달리 ‘억척녀’로 변신한다.
마치 60~70년대 시대극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이순정이 그가 맡은 배역. 배다른 동생 세명과 집나간 아버지가 느닷없이 돌아와 맡기고 간 일곱살짜리 아이. 거기에 자신의 차에 치인 한 남자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매번 이순정의 집에 찾아와 아예 같이 살게 된다. 결혼도 포기한 채 동생들 시집 장가 보내고 나면 남은 돈으로 세계일주하는 게 꿈인 여자다.
현실에도 이런 여자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데도 이아현은 휴먼 다큐멘터리를 보면 나보다는 남을 위해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지 않느냐는 말로 리얼리티를 강조한다.
’들꽃’의 큰 장점이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건 불륜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 수십년째 지적받아온 아침드라마의 고질병은 ‘불륜’이란 소재다. 그럼에도 고쳐지지 않는 것은 주부들의 시선을 끄는데 그만한 소재가 없기 때문.
’홍콩 익스프레스’를 통해 묵직한 연출력을 선보였던 조남국 PD는 작가와 기획회의를 하면서 ‘쉽게 갈까’(불륜을 내세우자)라는 생각도 했지만 도저히 그렇게 타협하기는 싫더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불륜을 피한, 따뜻한 이야기로도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면서도 물론 위험 부담은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렇다고 불륜 코드가 아예 없지는 않다. 선우재덕의 아내가 비서와 관계를 맺고 이를 알게 된 선우재덕이 방황한다. 불륜이 있지만 극의 주요 설정은 아닌 것.
’들꽃’은 주인공 이순정의 들꽃 같은 인생을 따라간다. 배다른 세 동생과 아버지가 데려다 놓은 7살짜리 동생을 둔 이순정은 패션업체 성진 어패럴의 하청업체를 운영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그러다 그의 첫사랑 박민규(김정학)를 다시 만난다. 순정의 가난이 싫어 떠난 인물. 그러나 그의 집도 망해 신세가 비슷해졌다. 이순정은 박민규를 다시 만나 설레지만 박민규는 겉으론 반가운 척 해도 속으론 마뜩찮다.
이순정의 집에 정현준(선우재덕)이라는 노숙자가 찾아온다. 현준은 순정의 차에 치여 한동안 보살핌을 받았는데 기억을 잃은 채 자꾸만 순정의 집으로 오는 것. 할수 없이 순정의 집에 현준도 얹혀살게 되는데 현준은 순정에게서 누이같은 포근함을 느낀다.
알고봤더니 ‘재벌’이란 코드는 여기서 등장한다. 현준은 성진 어패럴 사장이었던 것. 아내의 불륜으로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길거리를 방황하다 순정의 차에 치였던 것이다. 이렇게 순정과 정현준, 박민규의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또다른 갈등의 축은 이순정의 친모 현옥희(오미연). 젊은 날 어쩔 수 없이 딸을 낳고 버린 채 미국으로 떠나 성공해 재력가가 됐다. 30년의 세월이 흘러 딸을 찾아온 어머니는 딸의 고난한 삶을 보자 딸에게 행복을 주려한다. 그러나 어머니와 ?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다르다는게 문제.
조 PD는 이순정을 통해 건강하고 밝고, 활기찬 드라마를 만들어가겠다고 의욕을 다졌다. 칙칙한 불륜 코드를 벗어던진 ‘들꽃’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 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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