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거처를 잃은 테렐 바쿠스(11)가 망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집이 있던 나인스 워드쪽을 바라보고 있다. 카트리나를 계기로 미국 정치권에 빈민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점화됐다.
기회의 땅으로 비쳐지는 미국에서도 가난의 대물림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극빈한 삶을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이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박탈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 무숙자들에 대한 관심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 동남부지역을 휩쓸고 간 뒤 생겨난 현상이다. 카트리나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이 현상의 발로다. 카트리나로 보금자리를 잃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미국인들 사이에 무숙자들에 대한 동정심에 확산되고 있다. <황동휘 기자>
허리케인탓 2만3천명 졸지에 집잃어
최고 밀집지 프레즈노·뉴올리언스
총 73만명 추산… 정부 정책도 변화
◆무숙자
백악관 무숙자 고충 전담 상호위원회(Interagency Council on Homelessness)의 필립 만가노 실장은 “허리케인으로 가정이 붕괴된 피해자들의 이미지가 무숙자들이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계기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허리케인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무숙자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어떤 불행이 사람들을 무숙자로 만들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무한한 연민의 정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미 전국의 무숙자는 대략 72만7,300여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400명당 한 명이 밤에 잘 곳이 없어 거리를 집 삼아 지내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사실은 USA투데이가 미국 460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밝혀진 것으로 연방 주택·도시개발국에 보고됐다.
카트리나 여파로 미국의 무숙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연방 재난관리청(FEMA)은 카트리나로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주에서만 40만∼60만 가정이 장기적으로 잠을 잘 수 있는 장소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마가노 실장은 2만3,000명의 피해자들이 앞으로 1년 동안 잠잘 곳이 없어 전전긍긍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트리나로 미국의 무숙자는 최소 3%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허리케인은 무숙자 처리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내년에 무숙자 지원 연방 프로그램 실시를 위해 40억달러의 예산을 요청했다. 이는 역사상 최고 액수다. FEMA는 허리케인 피해자들의 잠자리 장만을 돕기 위해 온갖 방안을 동원할 방침이라고 약속했다.
◆가난의 대물림
가난한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범죄가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안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직장이 적고 꿈나무들을 위한 교육 환경도 열악하다.
프레즈노 웨스트지역 경제개발연합의 코디네이터 테이트 힐은 “가난한 사람들이 나은 삶을 원치 않고 일 하기를 싫어하며 자녀들의 대학 진학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들에게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되어 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극빈층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은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켄터키주 루이빌,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순이었다.
극빈 거주 지역은 주민의 40% 이상이 연방 정부가 정한 가난 선(poverty line)미만 수준의 삶을 살고 있는 지역을 지칭한다. 이들 지역의 한 가정당 연 평균 수입은 간신히 2만달러를 넘어섰는데 10명의 성인 가운데 4명이 실직 상태에 놓여 있다.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가난한 가정에 성장하고 있는 다음 세대도 가난의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며 앞으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괴리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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