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만난 유경종 흉부외과 교수가 심장무정지 관상동맥 우회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제공]
심장 수술이라고 하면 심장을 멈춘 뒤 인공심폐기(심폐체외순환기)로 혈액순환을 대신하는 장면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심장을 멈추지 않고 펄떡펄떡 뛰는 그대로 수술하는 방법도 있다. ‘심장무정지 관상동맥 우회술’은 직경 1~2㎜에 불과한 가느다란 혈관을 박동하는 심장 위에서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 수술로 꼽힌다.
4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만난 유경종 흉부외과 교수는 “심장무정지 관상동맥 우회술은 의사에겐 까다로운 수술이지만, 환자 입장에선 오히려 예후가 좋다”며 “심장을 멈추지 않고 수술하면 뇌졸중이나 장기 손상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자에게 특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본 3,000명 이상의 환자 모두를 심장무정지 수술로 치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관상동맥 질환은 어떤 병입니까.
“심장은 근육으로 이뤄진 장기라, 쉼 없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산소 공급이 필수입니다. 산소를 가득 머금은 피를 심장에 전달하는 혈관이 관상동맥이에요. 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기는 병이 협심증, 심근경색이고요. 과거에는 혈관이 얇아져 터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식생활의 서구화와 고령화로 혈관 안에 찌꺼기가 끼고 딱딱하게 굳으면서 막히는 질환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심장무정지 수술은 일반 심장 수술과 어떤 점이 다릅니까.“일반적인 심장 수술은 심장을 완전히 멈춘 뒤 인공심폐기가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게 만듭니다. 심장무정지 관상동맥 우회술은 인공심폐기를 사용하지 않고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막힌 관상동맥에 새로운 혈관길을 만들어주는 수술이에요. 서양 사람들은 관상동맥 직경이 2~4㎜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직경이 크다 싶으면 1.5~2㎜예요. 수술한 환자 중엔 1㎜가 안 되는 사람도 많았고, 수술할 때 피가 계속 나기 때문에 시야 확보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의료 선진국에서도 심장질환 환자 전부를 무정지 수술로 하는 의사는 거의 없어요.”
-훨씬 까다로운데도 왜 이 방법을 고수하십니까.“수술하는 의사는 힘들지 몰라도, 환자 예후가 심장을 멈추고 하는 수술보다 더 좋아요. 심장을 멈추고 체외순환기를 사용하면 여러 합병증 위험이 따릅니다. 인공심폐기와 연결하기 위해 환자의 혈관에 카테터(가는 관)를 넣거나 대동맥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혈관 내벽에 붙어 있던 찌꺼기 같은 게 떨어져 나와 뇌졸중이 올 수 있어요. 수술로 심장병은 고쳤는데 뇌졸중이 와서 고생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심장 수술 후 중풍 발생률이 2% 정도가 돼요. 또 체외순환 기계를 거치는 동안 혈액 속 혈소판이 깨지기 때문에 출혈도 많이 하게 되고, 콩팥이나 간 기능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장을 멈추지 않으면 뇌졸중 위험이 거의 없고 환자에게 가는 부담도 적어 수술 후 이틀이면 걸을 수 있습니다. 늦어도 수술 후 6, 7일이면 퇴원하고요.”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이 있어도 무리가 없습니까.
“오히려 고령 환자일수록 이 수술이 더 유리해요. 심장 수술을 받는 환자의 절반가량은 당뇨병을 앓고 있고, 10~15%는 이미 뇌졸중 병력이 있거나 만성 신장질환을 갖고 있습니다. 전신 상태가 나쁜 환자일수록 기계를 사용해 심장을 멈추면 콩팥 같은 다른 장기가 버티지 못하고 손상이 더 커집니다. 상태가 나쁜 고위험군일수록 심장을 멈추지 않고 수술해야 예후가 좋다는 뜻이에요.”
-관상동맥 질환 재발을 막으려면 기름진 음식은 아예 먹지 말아야 합니까.“동맥경화의 4대 위험 요인인 고혈압과 당뇨병, 비만, 흡연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하루 한 시간 정도 걷는 운동을 습관화하면 재발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어요. 환자들이 외래 진료에서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고기나 술을 완전히 끊어야 하느냐’는 겁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평소 고기를 하루 100g 섭취했다면 50g 정도로 줄이면 됩니다. 너무 엄격하게 식단을 제한하면 오히려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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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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