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은행가 일선 간부들은 극심해진 은행들간 경쟁 풍토 속에서 또 하나 가장 힘든 부분의 하나로 ‘직원 지키기’를 꼽는다. 실적 경쟁도 치열하지만 한인 은행가에서 유능한 직원을 확보하거나 다른 은행에 뺏기지 않기 위한 서로간의 밀고 당기기는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뺏기-지키기 전쟁 방불”
무리한 스카웃 몸값 껑충
“어느 정도 일할 만하게 키워놓았다 싶으면 다른 은행에서 뽑아가 버리는 일이 너무 잦습니다. 그렇다보니 영업 경쟁뿐 아니라 직원 지키는 일도 여간 피 말리는 게 아닙니다” 한 일선 지점장의 말이다.
한 은행의 본점 인사담당자는 “쓸만한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당장 직원은 필요하고, 또 즉각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다보니 서로 몸값을 올려 스카웃하는 무리한 경쟁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의 가장 주된 원인은 물론 은행권의 절대적인 인력부족 현상에 있다. 최근 수년간 한인 은행들의 고성장과 확장 경영으로 지점장과 론 오피서, 오퍼레이션 매니저 등 핵심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됐고, 특히 올해에만 신설 은행 2곳이 문을 열면서 신규 인력 수요도 많아져 이로 인해 촉발된 스카웃 경쟁이 은행들간 인력 이동 도미노 현상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친 인력 쟁탈전의 배경에는 새로운 인력 양성보다는 손쉬운 기존 인력 빼내오기에만 치중하는 은행들의 행태가 큰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은행의 멀쩡한 직원을 몰래 접촉해 무리한 스카웃 제의를 하고 해당 은행에서는 이 직원을 붙잡기 위해 대우를 올려주다 보니 결국 은행원들의 몸값만 치솟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LA 다운타운 지점 개점을 앞두고 있는 한 후발 한인은행의 경우 스카웃 진통 끝에 핵심 간부들을 영입하면서 지점장급에 기존 대형 은행의 1억달러 이상 지점 지점장 대우에 맞먹는 6자리수의 고액 연봉과 혜택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져 은행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은행의 대출담당 중견간부는 “요즘은 은행 경력이 불과 몇 년 안 되는 젊은 직원들도 스카웃 제의에 연봉 1만여달러 인상과 직급 승진은 기본이고 차량비까지 요구하는 게 예사가 됐다”며 “게다가 현재 한인 은행권에 5∼10년 안팎의 경험을 가진 오피서급 대출 전문 직원들이 십 수명에 불과한 정도로 경력 직원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이들의 몸값이 금값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소속감이나 애사심 등은 먼 이야기가 됐고 과열된 인력 쟁탈전에 편승에 스스로 몸값 올리기에 나서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한 관계자는 “2년여마다 한 번씩 은행을 옮겨 다니며 몸값 올리기에 활용하는 ‘철새’ 은행원들도 있다”며 “또 다른 은행에서 웃돈을 주고 직원을 스카웃해 오다보니 기존 직원들의 불만으로 사기가 떨어지고 이를 달래기 위해 함께 대우를 올려줘야 하는 부담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은행가에서는 이같은 인력난과 스카웃 경쟁 과열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직원 교육 프로그램 체계화와 장기적인 인력 양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현실적으로 여건은 이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인데다 앞으로도 신규 은행 진출과 지속적인 지점 확장 등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어서 한인 은행들의 과열된 인력 확보 경쟁 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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