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개 배가 불러 포만감을 느낄 때 보다 약간 출출할 때 집중력이나 능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오후를 위해 점심을 배불리 먹지 않는 사람들도 주위에 보인다. 먹이감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표범이나 냉정하게 물속을 배회하는 상어처럼 배가 좀 고프면서 적당한 근육의 긴장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 필자는 최근 한 잡지를 읽다가 여기에 딱 맞는 단어를 하나 발견했다.
등산이나 하이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꽤나 알려진 회사로 파타고니아(Patagonia Inc.)가 있는데, 그 회사의 창업주이자 소유주는 이본 슈나드(Yvon Chouinard)다. 그는 어느 글에서 우리가 앞서 말한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yarak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다. 그에 따르면 이것은 페르시아 어원의 말로, 매 사냥꾼들 사이에서 주로 쓰여진단다. 사실 슈나드는 기업가이기 이전에 암벽등반가인데, 15세 때에 매사냥 클럽을 조직하였으며, 매의 둥지로 가까이 가고자 바위 타는 법을 배운 것이었다.
어찌됐든 슈나드에 따르면, yarak의 뜻은 ‘눈을 부릅뜨고, 시장기는 느끼지만 약하지 않으며, 사냥할 준비가 되어 있는(superalert, hungry but not weak, and ready to hunt)’ 상태이다. 이는 사냥용 매가 견지해야 할 자세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재무 담당자가 지향해야 할 바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우선 투자 또는 이익 창출의 기회를 포착하려면 눈을 크게 뜨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보의 흐름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요즈음의 경쟁 환경에서 어찌 남들보다 빨리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적당히 배가 고파야 한다. 아주 장사가 잘 되는 기업이 있다고 치자. 장사가 잘 되니 돈을 많이 벌 테고, 그 결과 현금 또한 넉넉해진다. 그 현금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투자될 때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러고도 현금이 남으면, 이제 슬슬 기름기가 끼기 시작한다. 이미 한물 간 비즈니스에 투자하고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는 합병을 추진하며, 오로지 개인적 욕심이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임원 방의 크기를 늘리고 화려하게 치장하기도 한다.
경영진이 소박하고 알뜰하여 그 잉여 현금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다해도,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필경 회사 전체 자산의 수익률(ROA)를 떨어뜨릴 것이므로 이 역시 문제다. 요컨대 가까운 장래에 회사의 자산 수익률을 유지하거나 증대시키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적은 현금은 주주에게 분배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회사는 나태하거나 방만해지지 않게 되고, 주주들은 그 배당금으로 다른 투자처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장기를 유지하려고 회사의 유동성이나 재무적 안정성을 희생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과도한 재무적 긴장이 회사의 영업 및 투자 활동을 위축시키고 그 위축이 다시 재무상태를 더욱 나쁘게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사냥감을 발견했을 때, 즉시 돌진할 수 있는 것이다.
(213)892-9999
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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