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하는 것, 나 혼자론 부족”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서 분만실 간호사로 일하는 마샤 월러스는 보건소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동네 자선단체에 기부도 자주 하지만 언제나 미진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3년전 어느날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파트락으로 먹을 것 한가지와 수표책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날 모인 25명의 여성들이 낸 760달러를 전쟁 미망인을 돕는 비영리단체 ‘위민 포 위민 인터내셔널’에 기부하고 이들은 스스로를 ‘다이닝 포 위민’이라고 이름 붙였다.
매달 ‘자선활동’모임
자원봉사 등 팔 걷어
연 100∼2만달러까지
다양한 규모 최근 늘어
이들은 매달 모여서 식당에 갔다 치고 일인당 30달러씩을 내기로 했다. 혹시 부담이 될까봐 이 최저기부액 제도는 없앴지만 이들은 매달 모이는 400~500달러를 전세계적으로 여성및 어린이를 돕는 여러 비영리단체에 기부한다. 그동안 회원 숫자도 115명으로 늘었고, 각 단체에 기부한 총액은 1만9,000달러를 헤아린다. 해비탓 포 휴매니티 같은 단체는 물론 동아프리카의 여성 간호사 학교에 2년째 돈을 보내고 있고, 에디오피아에서 사용할 의료기금으로도 1,400달러를 모았다.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돈을 모으고, 그 돈을 쓸 곳도 함께 결정하는 ‘기부서클(giving circle)’이 늘고 있다. 연간 100달러에서 2만달러, 서너개 큰 서클은 연 수십만달러까지 기부액도 다양한데 돈만 내는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도 하고 자녀들까지 참여시키는 이들도 있다.
기부서클은 자선활동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기부한 결과를 지켜볼 방법까지 찾는 이들이 많이 모이는데 현재 미국에는 40개주에서 최소한 220개 서클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워싱턴의 ‘뉴 벤처스 인 필랜스로피’는 추산하고 있다. 실제 숫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믿는 이 단체는 2000년 이후 이 서클들이 기부한 돈은 4,40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부서클은 몇명의 하이텍 사업가들이 1990년대말에 시작한 것이지만 80% 이상은 지난 5년 이내에 생긴 것들이다. 작으면 친구 몇명이 모인 것도 있지만 시애틀의 ‘소셜 벤처 파트너스’처럼 미국과 캐나다 23개 도시에 1,500명이 회원인 큰 것도 있다.
크기에 관계없이 기부 서클을 만드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회원을 모으고, 목표를 결정하고, 돈을 모으기 시작하는데 보통 1년은 걸린다고 시작한 사람들은 말한다. 특정 단체를 지정하려면 더욱 고려할 일이 많아 여러 군데에 나눠 기부하기도 하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무기명 투표로 결정하기도 한다. 단체 활동이기 때문이다.
기부 서클이 돈을 관리하는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세금이 면제되는 비영리단체를 만들거나 기존 비영리단체나 재단에 자기들이 모은 돈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자선기관이나 재단, 금융기관에 기부자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금을 만들기도 한다. 기부자는 주식이나 현금, 기타 투자를 해 당장 세금 혜택을 받고 그 돈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에 관해 제안을 할 수 있다.
1994년에 자신이 창립한 소프트웨어회사 ‘올더스’를 4억5,000만달러에 매각한 폴 브레이너드가 전직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서너명과 함께 1997년에 만든 ‘소셜 벤처 파트너스’는 하이텍 업계 사람들을 자선활동에 끌어 들이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는 한편 비영리 단체에 기부도 하고 회원들을 수혜단체에 보내 회계, 마케팅, 운영 및 기술 시스템을 개선시키는 일도 돕고 있다. 2년동안 매년 5,500달러씩을 기부하는 ‘파트너’라 불리는 회원들은 분과위원으로 일하거나, 사회 이슈와 자선활동에 관한 웍샵에 참가하거나 비영리단체에 시간을 기부할 것을 권유받는다.
그중 회원이 270명이나 되는 시애틀 그룹은 환경, 교육및 어린이를 위한 여러 자선단체에 700만달러를 기부하는 한편 회원 자녀들에게 자선활동을 소개하기 위해 ‘소셜 벤처 키즈’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서클은 친구들끼리의 소규모 활동을 선호하며, 전통적인 재단들이 간과하기 쉬운 사업들에 자금을 지원한다. 2003년에 마이클 스타인버그와 3명의 다른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시작한 ‘네이탄’이라는 서클은 이스라엘내 신체장애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올해 70만달러를 기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네이탄’의 회원은 모두 40세 미만인데 ‘시그마 캐피털’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하는 33세의 네이탄 대표 스타인버그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자선활동은 재미와 흥미가 더 크며, 우리 같은 직업인들에게 위험을 감수할 자신감을 준다”고 말한다. 현재 50명이 넘는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유대 문화및 이스라엘에 관해 교육을 받는다.
전직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인 벤과 리사 슬리브카 부부는 ‘소셜 벤처 파트너스’ 회원이 되면서 자선활동에 더욱 더 많이 간여하게 됐다. 자기들의 개인 재단을 만들고, 서너개 비영리단체와 학교의 이사로 활동하는 한편 ‘시애틀 MESA’ 같은 자선단체와도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소수민족계 어린이에게 수학, 과학, 공학 캠프와 클래스,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20여년 역사의 ‘시애틀 MESA’에서 3년전 자원봉사를 시작한 벤 슬리브카는 3명의 직원을 채용하도록 도왔고, 새로 이사들을 영입시켰으며 모금 전략과 마케팅 계획을 세우는 것도 돕고 있다. “그저 컴퓨터나 사주는 것은 재미가 없다”는 그는 이 단체에 자기 돈을 10만달러 이상 기부했고 그가 회원으로 있는 ‘소셜 벤처 파트너스’도 16만달러를 지원, 9학년생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했다.
‘소셜 벤처 파트너스’의 도움을 얻어 개인 기부자들을 끌어 들이기 시작한 ‘시애틀 MESA’는 초등학생 프로그램은 4개교에서 10개교로 확대시키는 한편 지난 3년 사이에 연간 예산도 30만달러에서 55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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