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교회 숫자 만큼 한인사회 내에서 비중과 역할이 커지고 있는 워싱턴한인교회협의회의 신 임원들을 선출하는 31차 총회에 관심과 시선이 몰렸다.
이것은 쓰나미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성금 캠페인, 워싱턴 한인사 발간 후원, 청소년센터 건립 기금 후원 등 한인사회가 벌이는 주요 행사와 이슈에 교계가 미치는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반증하는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순수한 봉사자의 역할이지만 이 지역 수백여 한인교회를 대표하는 회장을 선출하는 일도 그만큼 중요해진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변화해 가는 교회협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조직 운영 방식이나 임원 선출 절차가 후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칙 13조는 회장 후보 목사 1인과 부회장 후보 4인(목사 2인, 평신도 2인)을 4명의 증경회장과 현 회장 등 다섯 명의 전형위원이 정회원 가운데서 추천하여 무기명 투표로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전형위원들은 부회장 후보로이병완 목사와 김영호 집사 두 사람의 명단만 제출했다.
내년 총회에서 회장 후보로 추천되는 것이 거의 확실한 부회장 후보 추천 과정부터 회칙에 어긋난 것이다. 이에 대해 “불필요하게 과열된 선거전을 막기 위해서는 경선을 피해야 하고 그럴려면 단독 후보를 추천하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는 게 교회협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 달리 전형위원들이 목사 부회장과 평신도 부회장을 각 한 명씩 선출했어도 후보 자격 시비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어쨌든 공정한 경선 기회를 저지당한 총대들이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전형위원들이 총회 당일 후보들을 결정해 공개하는 방식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회칙에는 없지만 전형위원들은 전 목회자 부회장을 회장 후보로 지명하고 신임 부회장도 총무 등 임원 출신 후보가 선호되는 것이 교회협 내에 암묵적으로 정해진 관행이다.
일반 단체들이 총회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 추천을 받아 일정 기간 동안 회원들에게 후보를 평가하고 검증할 기회를 주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김재동 목사는 “후보를 정한 후 각 교회와 언론에 미리 알리는 방식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짧은 임기 동안 선거 규칙을 바꾸기는 역부족이었다”며 “앞으로 개정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총회에서도 임원 후보가 미리 발표되고 자연스럽게 여론을 형성하는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총회장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역대 회장들로 구성된 전형위원에 의한 후보 추천 방식도 점검의 필요성이 요구 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택하는 단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옥상옥으로서 이상한 권력 구조를 형성하게 되고 또 보이지 않는 인맥을 형성하는 폐단의 근거가 된다는 주장이다. 역대 임원이 아니었던 회원은 부회장이나 회장직에 바로 출마하는 것이 사실상 봉쇄된다.
뜻이 있는 목회자들은 이것 역시 과열 선거 운동을 막자는 좋은 목적을 갖고 시행하는 제도이기는 해도 민주적이고 공정한 경선은 교계가 모범을 보여야할 좋은 시스템이며 이를 악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교역자들을 오히려 문제 삼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목사는 “전형위원들이 신앙 양심을 가지고 능력있고 성실한 일꾼을 후보로 추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인정이나 동정, 혹은 물질에 끌릴 위험이 많은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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