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47년을 맞은 노인권익옹호단체 AARP가 요즘 마치 영리가 목적인 기업같아졌다. 회원들에게 여러가지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팔아왔고, 기업들로 부터 받은 AARP잡지 광고수익으로 미국 노인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로비해 온 AARP지만 과거와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노인권익단체 AARP
3,500만명 회원 대상
투자상품·브랜드제품 등
경쟁력 높여 적극 판촉
기업들도 ‘큰 시장’군침
그도 그럴 것이 요즘들어 1946년부터 1964년사이에 태어난 7,600만명의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노령에 접어 들었음을 인지하기 시작한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50세 생일을 맞이하는 사람이 하루에 1만명씩 나오고 있고, 그들이 그 어느때보다도 두둑한 지갑과 모험정신으로 만년에 접어 들고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므로 AARP의 입장에서는 3,500만 회원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라이벌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따라서 AARP도 자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내년에 내놓으려 준비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50세 이상을 겨냥한 투자 상품을 처음으로 자체개발했고 50세 이상 연령층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자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AARP가 마음에 드는 제품에 대해 수수료를 받고 인가해주는 ‘승인 인장’ 프로그램도 있다.
또한 현재 우편주문만 가능한 AARP 브랜드 제품들을 널리 판매할 수 있도록 몇개 드럭스토어들과 협상중이며, 이제까지처럼 기업이 노인용으로 개발한 제품을 가지고 찾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업체를 찾아가 노인용 신제품 개발을 요구하도 한다. 예를 들어 노인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셀폰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낼 텔리커뮤니케이션 업체, 여닫기가 쉬운 여행가방, 더 밝은 실내조명, 기타 AARP가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업체들을 물색중이다.
AARP 브로슈어와 팸플릿들,
AARP의 제품 판매를 관장하는 기구인 ‘AARP 서비시즈’ 사장 던 스위니는 “드디어 우리는 회사들이 찾아 오기만 기다리지 않고 미리 나서고 있다”고 말했는데 ‘AARP 서비시즈’는 지난 주 회원들에게 다양한 금융 상품및 서비스를 제공할 ‘AARP 파이낸셜’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AARP 서비시즈’는2002년에만 해도 한푼 없었던 예산을 1,000만달러 이상 마련해 놓았다.
미국 대기업들의 눈에도 노령화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입맛이 당기는 새 시장임에 틀림없다. ‘파이저’가 내놓은 ‘바이애그라’가 바로 이 시장을 위한 것이며, ‘피델리티 인베스팅’부터 ‘프록터 & 갬블’의 ‘올레이’ 그룹에 이르기까지 이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프록터’의 제약 디비전은 현재 50세 이상 연령층을 위한 제품을 30개 이상 갖고 있다.
소매업자들도 움직이고 있다. ‘홈디포’는 얼마 전 50세 이상을 위한 무료 주택 개조 클리닉을 시작했으며 업자들과 함께 노년층 고객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곧 ‘홈디포’ 매장에는 ‘AARP’ 로고를 단 인포메이션 데스크가 등장해서 다 자라서 집을 떠난 아이들이 남긴 공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이나 더 늙은 부모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주택 설비를 개조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노스캐럴라이나대학 케난플래글러 비지니스 스쿨의 존 카사다 교수에 따르면 베이비 부머의 구매력은 1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기업들이 이 시장을 욕심내는 것은 당연지사. AARP도 마찬가지라 65세 미만 연령층들의 더많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있다.
AARP의 월간잡지는 요즘 서너가지 판이 나온다. 하나는 체력 단련과 은퇴 이전 투자 같은 내용의 기사를 주로 실어서 50대 회원들에게 보내고 더 나이든 회원들에게는 재산 관리, 은퇴후 체력 유지 같은 기사가 실린 다른 판을 보낸다. 올해 뉴올리언즈에서 열려다 취소된 연례 ‘라이프스타일’ 컨퍼런스에는 스모키 로빈슨과 퀸 라티파 같은 가수의 연주회, 샘플을 많이 주는 기업 홍보 부스, 독신자들을 위한 만남의 시간까지 마련한다. 백인 일색이던 AARP가 요즘은 적극적으로 흑인과 히스패닉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과거 워싱턴 정가에서 노인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AARP의 중요성을 엄숙하게 강조하던 회원 모집 광고도 겁이 아니라 재미를 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젊은 회원용 신제품의 숫자다. 자동차 보험은 물론 모터사이클 보험, 크루즈 이외에 사파리도 있으며 곧 음악 CD, 카약 여행과 연주회도 나온다.
“음악, 연예, 스포츠등 75세 이상에게는 어필하지 않겠지만 58세라면 좋아할만한 것들을 두루 살피고 있다”고 스위니는 말한다. 그러나 무엇이건 크게 할인된 가격을 기대하는 회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아무 것도 직접 제조하지 않는 AARP로서는 이미 경쟁하는 입장이 된 기업들을 상대로 품질은 좋고 가격은 싼 제품을 만들라고 설득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인데 3,500만명이나 되는 회원들의 잠재 구매력은 충분한 무기가 되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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