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면 어때, 피부에 좋다는데...”
3주치에 2천여달러 고급 백화점들선“없어서 못판다”
“잠깐 좋아 보일뿐 피부 근본효과 없다 의사들 조언
지난 8월말, 캐나다의 캘거리에 사는 5명의 여인들에게 속달 우편물이 배달됐다.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로션을 발라 보라는 초청장이었다. 캘거리의 홀트 렌프류 백화점에서 뷰티 어드바이저를 각각 따로 만난 이들에게는 ‘크렘 들라메르’의 ‘에센스’가 제공됐다. 발효시킨 해조류가 주성분인 이 로션은 3개의 자석 튜브에 담겨있고, 그 튜브들은 물거품 같은 녹색 안감을 댄 보석상자 모양의 플렉시글래스 용기 속에 들어 있다. 신선한 과일과 차게 식힌 샴페인을 마시며 이 제품을 발라본 그 5명중 4명이 3주치가 2,100달러나 되는 이 로션을 샀다.
로션 1.5온스가 고급 랩탑 컴퓨터 한대 값과 맞먹지만 충실한 ‘라메르’의 고객들은 눈도 깜짝 않는다. 런던의 해로드 백화점에서는 ‘에센스’가 나오자마자 3주만에 2,650달러에 100상자가 넘게 팔렸다. 뉴욕의 ‘벅도프 굿먼’ 백화점에도 대기자 명단에 20명이 올라 있다.
지난 5개월 사이에 세상에는 1,000달러가 넘는 로션이나 크림이 ‘에센스’ 말고도 여러 개가 나왔다. 바로 올 봄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비싼 피부미용 제품이라면 ‘르비브 인텐시브 볼류마이징 시럼’이나 ‘N.V. 페리콘 M.D. 뉴로펩타이드 페이셜 컨포머’ 같은 것이 한병에 600달러였는데 이제는 겁도 없이1,000달러, 2,000달러를 넘어버린 화장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가네보’의 3단계 스킨케어 시스템 ‘산세이 프리미어’. 전대미문인 1,320달러의 가격이지만 색스 피프스 애버뉴 백화점에서 2주도 안돼 매진됐다(큰 사진). ‘크렘 들라메르’의 ‘에센스’는 현재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얼굴 로션이다. 3주치가 2,100달러다.
여름에 ‘가네보’는 ‘센사이 프리미어’ 3단계 스킨케어 시스템을 1,320달러에 내놓았는데 ‘색스 피프스 애버뉴’ 백화점의 8개 매장에서 2주도 채 안돼 완전 매진됐다. 작은 냉동 용기에 든 28일용 스킨케이제품 ‘DDF RMX 맥시멈’(1,000달러)도 지난 9월 ‘세포라’에 나온 이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런던 해로드 백화점에서도 가장 비싼 것으로, 올해 나온 ‘크렘 들라메르’의 10개 제품 버라이어티 팩은 6,200달러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5개나 팔렸다.
이런 일부 초고가 제품 이외에 고급 스킨케어 제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NPD그룹에 따르면 2002년 6월부터 2005년 6월 사이에 최고가 제품의 가격은 300달러에서 600달러로 2배가 뛰었다. 그렇게 올랐어도 손님들은 좋아라 덤벼들어 올해 150달러 이상 화장품 매출은 4,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NPD는 추산하고 있다. 2004년 매출 2,320만달러보다 거의 두배나 늘어난 것이다.
희귀한 성분에 질감도 부드러운 이들 신제품들을 공들여 바르면 피부가 좋아지고 노화로 인한 현상이 감춰진다는 약속은 사실 모호하다. 일부 피부과의사와 화장품 전문 화학자들은 그 효과가 드럭스토어에서 파는 싸구려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매사추세츠주 웨이크필드에서 부동산 관리를 하는 드니즈 패딜리(55)는 가네보의 ‘센사이 프리미어’를 썼더니 “평소 매우 건조한 얼굴에서 윤이 나더라”면서 “너무 비싸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말했지만 업계 분석가중에는 그런 화장품들은 가격에 합당한 가치가 없어 보인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피부를 투명하게 감싸 표면을 비단처럼 매끄럽게 해주는 실리콘 및 올리브 기름 같은 성분이 든 제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울러 피부의 맨 바깥층에서 흡수돼 수분을 끌어 모으므로 피부 표면이 도톰해 보이게하는 단백질, 광선을 분산시키거나 굴절시켜 피부 표면을 매끈해 보이게 하는 성분도 들어 있다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화장품의 전달 체계에 대해 연구하며 화장품 회사들에 제품 성분에 관해 자문해온 마일란 약대 교수 로렌스 블록 교수는 “그 성분들은 피부로 침투하거나 하부 구조에 근본적은 변화를 초래하지 않으므로 제품 사용을 중지할 경우 느꼈던 효과들 역시 당장 사라지는데 그런 임시 방편에 지불하는 가격이 너무 엄청나다”고 말한다.
그러나 잠깐이라도 피부가 좋아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고객들도 있다. 외모 관리를 해야만 하는 직업이나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뉴욕에서 텔리비전 광고 세일즈를 하는 캐롤 프라이젤더(55)는 피부 관리를 직업상의 투자로 여긴다. 지난 10년간 200~300달러짜리 DDF 제품을 사용해 오다 지난달 1,000달러짜리를 샀다는 그녀는 당장 얼굴 피부가 통통해지고 단단해지며 전체적으로 윤이 났다며 다 쓰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3개월 이내에 또 1,000달러를 내고 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회사들은 이들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든 연구비와 성분및 제조과정 때문에 가격이 비싸졌다고 말한다. ‘DDF RMX’의 주성분은추출및 정제에 돈이 많이 드는 오개닉 우유의 단백질이다. ‘크렘 들라메르’의 ‘에센스’는 샌디에고 앞바다에서 나는 해조류를 4개월간 발효시킨 후에 손으로 섞어서 소량의 화장품으로 만든 것이다.
피부과의사들은 여성들이 의학적 처치가 아니라 화장품에 돈을 더 많이 쓰는 것에 불만이다. ‘에센스’ 하나 살 돈이면 보톡스로 주름을 펴고, 레스틸레인으로 입술을 도톰하게 하고 레이저로 피부 톤을 다듬을 수 있는데다 그 효과는 6개월은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여자들이 의학적 처치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또 값비싼 제품들이 더 효과가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에서 부동산 에이전트로 일하는 리베카 러틀레지(55)는 ‘라프레이리’와 ‘시슬리;의 최고가품을 사용해 봤으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었는데 19달러짜리 ‘올레이 리제네리스트’ 아이 시럼은 처방도 필요 없고 가격도 싸지만 기막힌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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