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노릇도 쉽지가 않다지만 부자의 자식 노릇도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항상 재벌들의 자식 얘기가 전해질 때는 그들이 잘못한 것이 알려질 때이지 잘한 일이 알려질 때가 드물다.
세상에서는 재벌의 자식 얘기가 나오면 항상 부모 잘 만난 덕분에 호사스런 생활을 하는 게 못마땅해서나 무슨 다른 것으로 그들의 잘못을 질타할 때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다. 아마 미디어에서도 대중인기를 얻는데 그편이 쉽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서 너무 힘들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는 재벌 자식들의 얘기가 부러울지 모르나 많은 보통사람들은 지금 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성의 편법상속 얘기와 탈세 얘기를 들으면서 저렇게 정권과의 싸움에서 시달리면서 까지는 재벌 노릇을 할 가치는 없다고 느낄 것이다.
자식들에게 엄청난 재산을 물려주려고 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이런저런 불미스런 얘기들은 우리 보통사람들에게 재산과 자식과 사업과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에게는 지금 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성 허물기가 탐탁하게 보이지가 않는다. 잘 되어가지 않는 경제에서, 그나마 삼성전자의 수출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나라 경제가 정말 걱정이 될 정도인데 왜 저러나 싶은 마음이다.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몇 개 더 만들 생각을 나라에서 해야 할 것 같은데 왜 잘하는 회사까지 저렇게 해야 하나 싶지만, 또 한편 왜 삼성에서 저렇게 되었나 하는 걸 생각하게 만드는 점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필자는 이건희씨가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에, 지금 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성 허물기에 대해 억울한 생각이 들 때면, 최근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열린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의 연설과 회견문을 구해서 읽어보길 권한다. 이 두 사람들은 세계에서 1, 2위로 가장 돈이 많은 부자들이다. 삼성의 재산들이 보잘것없 이 보일 정도로 이들의 재산은 엄청난데, 한국의 재벌들이 부러워해야 할 것은 이들의 재산만이 아니라, 이들이 미국 대중들에게서 받는 존경심과 인기 이다.
고려대학에 많은 재산 기부를 하고도 명예학위 수여식에 갔다가 받지도 못하고 학생들에게 쫓겨 나온, 어려서부터 외로웠다는 이건희씨는 네브래스카 대학생들로부터 영웅처럼 대접을 받는 워렌 버핏에게서 배울 게 많을 것이다.
이들은 엄청난 부자들이지만 보통사람들의 건강한 상식을 갖고 있고 외롭지 않다는 점이 한국의 재벌들과 다르다. 워렌 버핏은 자식들에 대한 상속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
“내 자식들은 부자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자식들이 너무 엄청난 재산을 가지는 것, 조그만 왕조처럼 그렇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체질적으로 거부감이 있다” 물론 이 두 사람 모두가 자기들 사후에는 자식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상속을 하겠지만 재산의 거의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계획을 벌써 해둔 이들이다. 회사들은 물론 전문 경영자들이 잘 해갈 것이다.
이들의 자식들은 한국의 재벌들 자식들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것이다. 사회가 이들을 따스하게 볼 것이고, 여론의 따가운 눈총 없이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세상을 여유 있게 살 수 있고, 부모들에게서 받은 여유 있는 자금으로 자기들 능력대로 돈을 더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은 친구들과 외롭지 않게 건강하게 살 것이다.
버핏과 게이츠 두 사람은 그 날 저녁 동네사람들과 포커게임을 하기로 했는데 1달러짜리 게임에 오는 버핏의 친구들은 그날 저녁 또 하나 손님이 오는 건 알지만 누가 올지 모른다고 했다. 얼마나 인생을 아는 사람들인가. “저녁에 친구 포커게임에 가보니 빌 게이츠가 왔더라” 이런 인생의 재미를 한국 재벌들의 자손들은 평생 맛보지 못할 것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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