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ㆍ신건씨 구속영장 발부…법원 경종 울릴 필요 있다
고개숙인 전 국정원장들
`안기부ㆍ국정원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이 14일 김대중 정부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ㆍ신건씨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임동원(오른쪽), 신건 전 국정원장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5일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이 대통령 친ㆍ인척과 여당 정치인 등 주요 인사 1천800여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감청장비에 입력, 상시 도청을 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내용을 임동원ㆍ신건 전 국정원장의 영장 범죄사실에 적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밤 검찰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청구한 임동원ㆍ신건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법 김득환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두 전직 원장이 불법감청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기록에 나와있는 당시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과 여러 정황에 비춰 신빙성이 있다고 보이고 두 전직 원장이 직ㆍ간접적으로 관여ㆍ묵인했다고 보여져 범죄 소명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두 전직 원장이 비록 국가에 많은 공헌을 했고 임 전 원장의 경우 70살의 고령이라는 점을 참작했지만 국가 기관이 불법 행위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은 중대한 사안이어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전직 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김대중 정부시절 국정원이 불법감청을 통해 입수한 도청정보를 어떤 식으로 활용했는지 등을 규명하는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도청실태 등을 밝히는 보강조사를 벌여 구속기소한 뒤 이르면 다음달 초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넉 달 가까이 진행된 수사를 일단락지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김대중 정부 중ㆍ후반기에 차례로 국정원장을 지내면서 감청부서인 제 8국(과학보안국) 산하 감청팀을 3교대로 24시간 운용, 상시적으로 국내 주요 인사 등의 휴대전화를 불법 감청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도청을 근절하라’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를 정면으로 위배해 최대 3천600회선의 휴대전화 통화를 동시에 감청할 수 있는 장비인 `R-2’를 통해 입수된 도청정보 중 핵심 사항을 통신첩보 형식으로 매일 보고받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임동원씨는 수시로 국내 현안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사실상 도청활동을 독려했고, 신건씨는 이번 수사가 본격화되자 전직 국정원 간부들에게 도청활동을 시인했던 진술을 번복하도록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를 한 혐의가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들의 도청 개입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동원씨는 영장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재임기간 중 불법감청 행위가 이뤄진 것을 적발하고 단속하지 못한 데 대해 지휘책임을 통감한다. 국민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해 재임 중 국정원의 도청활동을 알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신건씨도 영장심사를 위해 법정으로 향하던 길에 이번 사건은 물증이 없고 말싸움일 뿐이다. 변론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며 사실상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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