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옐로스톤 국립공원 외곽 마을의 한적한 오후. 머리에 털이 수북한 들소 바이슨(bison)이 풀과 꽃을 뜯어먹고 있다. 인간과 바이슨이 평화공존 하는 모습이다. 우편엽서에 담을 만한 장면이다. 그런데 이런 풍경이 확 바뀔 전망이다.
농가 인근 배회하는 바이슨 병균 소에게 전염 우려
몬태나 11월15일-내년 2월15일 50명에 사냥허가
관광객들 두려워 않고 사냥꾼 경험 없는 바이슨
15년만에 부활된 정부조치로 일방적으로 당할 듯
“소와 뒤섞이지 않아도 위험할까” 과잉 대응 논란
옐로스톤 북쪽과 서쪽 입구 인근에 바이슨들이 너무 많아 농가의 소들에 치명적인 질병을 옮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 몬태나 주정부가 공원 밖에서 서성대는 바이슨 사냥을 승인했다. 브라이언 슈바이처 주지사를 포함해 6,000여명이 사냥허가를 신청했는데 이 가운데 50명이 결정됐다.
24명은 추첨으로, 16명은 인디언 부족, 10명은 과거에 이미 바이슨 사냥허가를 받았으나 금지되는 바람에 사냥을 못하고 있던 사람들이다. 바이슨 사냥은 동물 보호차원에서 1990년이래 금지돼 왔었는데 이번에 다시 재개된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옐로스톤에서의 바이슨 사냥에 대해 소개했다.
주정부는 바이슨 사냥에 있어 가능한 ‘페어플레이’를 하려고 방안을 강구했다. 차에서 내려 길에서 바이슨에게 방아쇠를 당겨서는 곤란하다든가, 이왕 총을 쏠 경우 바이슨의 귀 안쪽 4인치 부위나 심장을 쏘아 가급적 빨리 죽게 한다든가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하지만 이는 강제 조항이 아니다.
동물보호론자들은 2,000 파운드나 되는 바이슨을 사냥하는 장면을 촬영한 뒤 공개해 여론을 환기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바이슨을 사냥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바이슨은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사냥꾼을 흥미롭게 바라만 볼 것이라고 했다. 동물보호단체인 ‘버팔로 필드 캠페인’의 창립자 마이크 미즈는 “나도 사냥을 좋아 하지만 바이슨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 구경하러 오는 우리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냉장고에 고기를 가득 채우고 싶어하는 이곳 주민들에게 바이슨은 고기 양이 많은 데다 지방이 적고 소고기에 비해 맛이 부드러워 인기를 얻고 있다. 바이슨은 19세기 사냥꾼에 의해 대량 살육됐었다.
그래서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불과 23마리만이 살아남았다. 멸종을 우려한 공원 관계자들이 바이슨 보호에 나섰고 지금은 엘로스톤에 5,000 마리로 증가했다.
겨울에는 바이슨들이 먹이를 찾아 눈이 적고 풀이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슈바이처 몬태나 주지사는 바이슨 사냥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제한된 목초에서 동물을 사육해 고기로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지역 주민들은 지난 1만2,000년 동안 바이슨 고기를 먹고살았다”고 했다. 슈바이처 주지사는 “이웃 와이오밍 주에서는 공원 내에서도 바이슨 사냥을 연례행사로 치른다. 그런데 몬태나에는 바이슨이 너무 많아 정부차원에서 사냥을 허락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바이슨이 열병의 일종인 브루셀라 병원균을 지니고 있어 소 등 가축에게 옮길 경우 새끼를 낳지 못하는 증세가 발생한다며 농가 주변을 배회하는 바이슨의 사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경우라도 바이슨 고기를 익혀 먹으면 인체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바이슨이 공원 밖으로 나올 경우는 종종 있어 정부 관계자들이 헬리콥터와 말을 이용해 바이슨 떼를 안전한 곳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또 바이슨 떼가 안전지역으로 이동하지 않아 수백 마리를 도살해 인근 인디언 부족들에게 식용으로 공급하기도 했다.
연방농무부는 몬태나 주의 소들이 바이슨의 브루셀라균에 감염될 경우 농가가 소들을 일일이 검사해야 하는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된다며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그러나 바이슨과 소가 뒤섞이지 않는데도 전염이 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소위 위험지역으로 알려진 곳에서는 소 500마리 정도만 사육되고 있어 정부가 과잉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 바이슨 보호론자들은 정부의 전염 우려는 사실상 소의 먹이가 널려 있는 초지에 바이슨이 진입해 먹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5년부터 1990년까지 바이슨 사냥이 허락됐을 때는 바이슨이 공원을 이탈했을 때 이를 지정 사냥꾼에게 통보해 잡도록 했다. 10마리가 나가면 사냥꾼 10명에게 통보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식이 다르다. 11월15일부터 내년 2월15일까지 사냥꾼 5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정부의 통보 없이 자체적으로 바이슨을 잡을 수 있다.
몬태나 벨그레이드에 사는 박제사인 테리 서는 바이슨 사냥 허락을 받아 무척 고무돼 있다. 바이슨을 잡아 고기는 냉장고에 넣고 머리는 박제해 벽에 걸겠다고 했다. 동물보호론자들은 올해부터 바이슨을 사냥하면 그 동안 관광객들을 두려워하지 않던 바이슨이 사람을 거칠게 대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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