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개발 막연한 기대 아직도
4~5개월째 보상노린 신축빌라 ‘우후죽순’
매물나온 집 거의 없고 가격도 여전 기현상
ㅊ맛?銖?당국 원망 속 주민간 갈등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 들어선 빌라들. 시골동네 같은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급조된 모습이 확연하다. 이범구기자
“또 주민들만 골탕 먹은 거죠.”
1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빌라촌. 폭 2㎙의 낡은 도로에 버스조차 다니지 않아 성남시에서도 대표적 오지로 꼽히던 이곳에는 최근 4∼5개월 사이 5층짜리 빌라 14개 동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하지만 빌라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완공된 지 꽤 된 것 같은데도 빈 집이 곳곳에 눈에 띈다. 또 전원주택으로 이용하기에는 너무 작은 방 1개짜리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무슨 연유일까.
대장동에 빌라들이 갑자기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올 봄부터다. 성남시와 대한주택공사가 이곳을 고급 빌라촌으로 개발할 계획이라는 정보가 미리 새나가면서 보상을 노린 빌라들이 앞다퉈 세워지기 시작했다.
한 건물주는 “이곳이 택지개발지구가 되면 주택 소유자들에게는 보상과 함께 아파트 분양권이 주어지게 된다”면서 “보상이 목적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허물 것을 예상하고 빌라를 짓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은 용적률이 80%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구 수를 최대한 뽑아 분양권을 확보하기 위해 실평수가 15평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11일 건설교통부가 사전정보 유출로 말썽을 빚은 이곳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개발찬성과 개발반대로 나뉘어진 주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주민 이모(46)씨는 “입주자들은 건교부의 발표에 대해 경고성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반면 개발을 반대했던 주민들은 환영하고 있다”면서 “성남시와 건교부의 장단에 주민들만 또다시 패가 갈려 놀아난 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개발계획이 발표된 이후 한 달만에 계획이 취소된 만큼 기다리면 언제 또다시 방침이 바뀔지 모른다는 분위기”라며 “비밀이 최우선인 개발계획을 공무원이 흘리는 걸 보고 주민들의 시선은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신풍조를 반영하듯 건교부 발표 이후에도 140여가구 중 매물로 나온 것은 거의 없고 가격하락 조짐도 없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S부동산 관계자는 “매물은 없는데 문의전화만 오고 있다”면서 “서울 등 외지인 구입자들이 기다리면 언젠가는 개발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대장동의 20평형 빌라 시세는 2억2,000만~2억5,000만원선. 분당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건교부의 개발 백지화 발표 이후에도 이 가격대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한 주민은 “7월 성남시가 개발예정지로 고시하기 전에 이미 개발도면이 나돌면서 보상용 빌라가 12개동이나 신축됐다”면서 “조용한 시골동네를 투기장으로 만들고 주민들간 반목을 부추긴 성남시와 주공, 건교부가 모두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분당경찰서는 이날 대장동 개발계획에 관한 정보를 사전누출시킨 혐의(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성남시와 경기도 공무원 5명 등 22명을 입건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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