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재청구는 힘들듯
강교수 별로 할 얘기가 없다 千법무 수사 상황따라 대처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 조영호기자
25일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검찰에 나와 9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6ㆍ25 전쟁은 통일전쟁이라는 글을 기고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 위기에까지 몰린 지 40여일 만이다.
오전 9시50분께 남색 점퍼차림에 갈색 가방을 들고 서울중앙지검에 나온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오후 6시40분께 귀가할 때도 조사를 잘 받았다는 짧은 소감만 밝혔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확대 재생산돼 소모적인 이념논쟁을 일으킨 상황을 감안한 듯 발언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강 교수는 2001년에도 만경대 방명록 서명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다. 당시에 비해 강 교수에 대한 검찰 조사가 주목 받는 이유는 사건 자체보다 강 교수의 구속여부를 둘러싸고 빚어진 수사 지휘권 파동 때문이다. 천정배 법무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에 반발해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사태로 이어졌고, 정치ㆍ사회적 논란 끝에 검찰이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검찰은 강 교수 조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임을 내비쳤다. 검찰 관계자는 몇 차례 더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공안사건은 조사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다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경찰이 송치한 혐의사실만 조사하고 있으며 아직 영장 청구여부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교수가 조사받고 있는 내용은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6ㆍ25는 통일전쟁이라는 내용의 글과 일부 강연 내용의 국가보안법 위반(고무ㆍ찬양) 여부이다. 고무ㆍ찬양죄는 한나라당조차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지에 찬성했던 조항.
검찰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뚜렷한 추가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 한 다시 구속영장 청구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사퇴라는 홍역을 겪은 검찰은 내부적으로 굳이 구속을 고집할 사안이 아니었는데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해 검찰 조직이 큰 상처만 입었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지휘권 파동 이후 주임검사도 바꿨다.
천 장관은 이날 청주여자교도소 방문차 청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교수의 추가 혐의가 발견되면 신병처리방침이 달라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치도 수사도 생물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검찰은 일부 보수언론이 1946년과 47년 강 교수의 아버지과 장인이 남조선노동당에 가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데 대해 우리는 연좌제가 아니다라고 수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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