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고위층 내 이름 있나 전전긍긍
변호사 제발저려 변호 자처 진풍경도
거물 법조브로커 윤모(53ㆍ구속)씨의 지난 20여년 간의 ‘마당발’ 행적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각계 고위층 인사들이 잠을 설치고 있다. 자기 이름이 윤씨 수첩에 있는지 검찰과 검찰 주변 인사들에게 전화로 물어보는가 하면, 선임 요청을 받지도 않았는데 윤씨 변호인을 자처하며 접견하려는 변호사까지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윤씨 수첩에서 경찰 간부, 법조인, 군 장성, 정치인, 고위 공직자 등 수백명의 명단이 나왔다는 보도가 나간 후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건 경찰이다.
수첩에 가장 많은 이름이 올라 있는데다, 현재 내사 중인 사건에 모두 경찰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찰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있어 윤씨를 한 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는 간부들은 제 발이 저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검찰 관계자는 “제3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수첩에 이름이 들어있는지 확인하려는 전화가 하루에도 여러 건 걸려온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윤씨를 만난 적은 있으나 문제가 있어 보여 더 이상 접촉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직군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강원랜드 압수수색 과정에서 윤씨가 누구와 자주 이곳에 드나들었는지 파악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윤씨의 의중을 떠보려는 듯 변호인을 자처하며 접견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정식 선임계를 지니지 않은 변호사는 접견을 불허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과거 고향인 전남 지역을 무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다 구속된 적이 있지만, 검찰 표현을 빌리면 그때만 해도 “새끼 호랑이”였다. 그런 윤씨가 검찰에 다시 걸려든 건 우연에 가깝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김경수 부장)는 H건설이 2003년 9억원의 수표를 윤씨에게 갈취당했다는 첩보를 두어달 전 입수했다. 검찰은 이 수표를 찾아보겠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지난달 18일 윤씨가 드나드는 강원랜드를 압수수색 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윤씨가 250억원이라는 거액을 환전한 흔적이 발견됐다.
검찰은 이 가운데 윤씨가 배서한 83억원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윤씨가 여러 곳에서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전국을 무대로 맘놓고 뛰어다니는 “이미 자랄 대로 자란 호랑이”를 포획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정작 H건설이 갈취 당한 것은 수표가 아닌 현금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철저히 수사해 거악(巨惡)을 척결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검찰은 수표 83억원의 출처로 드러난 수십 개 계좌의 예금주를 이번 주말부터 불러 돈을 준 이유와 사건 청탁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현재 7명인 계좌추적팀도 2~3명 늘리기로 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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