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이민사회의 삶에서 감사와 나눔은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바쁘고 고달픈 이민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하는 한인들의 모습은 쌀쌀한 날씨까지 훈훈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 주변에서 남몰래 이웃과 사랑을 나누며 한해의 감사를 느끼는 한인들을 찾아 나섰다.
척박한 이민생활 속에서도 살 만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숨어서 묵묵히 남을 위해 봉사하는 평범하지만, ‘세상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이웃을 만나게 될 때, 잔잔한 감동까지 밀려온다.
앞만 보며 새벽부터 밤늦게, 휴일도 없이 생업에만 매달려왔던 한인사회에 언젠가 부터 교계를 중심으로 자원봉사 활동이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자신의 시간을 쪼개가며 남을 위해 봉사하는 한인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는 것.
라티노 구제 선교단체인 굿스푼의 거리급식이 있던 30일 낮 애난데일 메시야장로교회 앞.
교회 주차장 한구석에는 의자 하나와 거울, 그리고 가위와 빗등 이발도구가 담긴 가방이 펼쳐진다. 식사를 마친 40대 라티노 노동자 한 명이 의자에 앉자 김창순씨(49, 애난데일 거주)가 반갑게 인사하며 익숙한 가위질로 머리를 손질한다.
김씨가 매주 수요일 거리 이발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봄부터. 4년전 암으로 타계한 남편의 빈자리까지 도맡아 두 10대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여성가장의 버거운 삶이지만 기쁜 마음으로 봉사에 나선다.
“내가 가진 작은 재능이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기쁘고, 감사할 줄 모르던 이들이 감사하는 법을 배워가며 달라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김씨는 일주에 한 번 쉬는 수요일, ‘사랑의 거리 이발사’가 되고 있다.
정민자씨(폴스처치 거주)는 지난 7월부터 아들 재우군(맥클린고교 10)과 함께 매주 토요일 아침 일찍 굿스푼 선교센터를 찾는다. 거리급식에 사용할 음식조리부터 애낸데일 현장 봉사까지 꼬박 하루를 다 보낸다. 추위에 떨며 배식 차례를 기다리는 라티노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과 국을 건네며 ‘함께 사는 세상’을 배워가고 있는 정군의 모습에서 최근 커뮤니티 봉사에 눈뜨고 있는 한인사회의 모습을 본다.
볼티모어에서 ‘빅 애플 트리’ 뷔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라병모씨 부부는 4년 전부터 이틀에 한번씩 200인분의 음식을 DC 노숙자 구제 사역을 펼치고 있는 평화나눔공동체에 보내며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한인 노인들에게 한식으로 된 음식을 배달하고 있는 중앙시니어센터 산하 ‘코리언 밀스 온더 윌스’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하고 있는 수필가 채수희씨(55)도 이름없이 자원봉사 활동 대열에 동참한 한인 중 한 명. 지난 봄 부터 매주 금요일 ‘사랑을 듬뿍 담은 도시락’ 배달에 나서고 있는 그는 양로원과 장애인시설 방문에도 나서고 있다.
조우경씨(비엔나 거주)는 6세난 아들을 학교에 보낸 후 곧바로 워싱턴한인봉사센터로 와 오후 2시까지 소셜 서비스 서류 작성 등을 돕는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봉사센터 자원봉사자 코디네이터 샘 강씨는 “한인들이 커뮤니티 봉사에 눈들을 돌리기 시작g했다”며 “한인사회 연륜이 깊어지면서 한인들의 자원봉사 의식도 성숙해가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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