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과정을 비판적으로 다룬 ‘PD수첩’ 다큐멘터리는 온 한국민을 격분하게 한 것 같다. MBC사 앞에서는 격렬한 데모가 일어나고 심지어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가족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협박하고 있다고 한다. 12개사 광고주 중 11개사가 광고를 취소했다고 한다.
그 반면 황교수의 인기는 고조되어 지지 팬들 모임까지 생기고 한 여학교 학급 33명 전체가 난자 기증에 서명하였다고 한다. 황교수 지지는 전국민운동이 되었고 누구든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면 그것은 비애국적 행위라고 규정하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
문제의 발단은 황교수가 난자 수집과정에서 국제과학 윤리규정을 어겼다는 것과 그동안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은폐한 것이 국제사회에 보도되면서부터이다. 이유야 어떠하든 과학자에게 가장 중요시되는 진실을 황교수는 소홀히 하였고 이에 대해 그는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섰다. 이로써 황교수는 책임있는 행동을 했다고 본다. 그리고 황교수의 과실에 대해 ‘PD수첩’ 팀이 과오를 밝히는 것은 당연한 언론의 과제이다.
다만 연구 내용의 진위를 가린다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황교수가 주장한 결과 여부는 국제 줄기세포 연구기관에서 조만간 판결이 날 것이니까. 그러나 문제는 국민의 ‘PD수첩’ 보도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이다.
설상가상으로 황교수와 같이 연구했던 미국의 섀튼 교수 사퇴는 국민을 반미감정으로까지 몰고 갔다. 심지어 미국이 황교수의 연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음모설까지 들고 나왔다.
온 국민이 감정적으로 나오게 된 근본 이유는 황교수의 연구 성공이 인류를 위한 공헌이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자기 민족 중심주의(ethnocentrism)를 먼저 내세웠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황교수는 하루아침에 한국의 영웅이 되었고 다른 나라를 물리치고 제일 먼저 해냈다는 우월감에 국민은 도취되었다.
그들은 이 연구 결과가 곧 바로 척추병이나 치매병 치료의 길이 열린 것처럼 믿게 되었다. 이런 국민의 기분을 무시한 ‘PD수첩’팀의 황교수 비판은 이 연구의 성공을 저지하며 장애인의 희망을 꺾는 반민족적 행위라고 간주되었다. 그들은 황교수를 비판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할 수 없었다. 국제윤리규정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작은 일이었다.
세계 과학계는 한국이 국제 과학윤리기준에 준하기를 바라고 있다. 뉴욕타임스나 뉴스위크지 등에 상세히 보도된 한국민의 감정적인 대응은 오히려 그들에게 나쁜 인상을 줄뿐이다.
올림픽 빙상경기에서 실격되었을 때 보인 국민의 반발처럼 이런 행동은 한국민의 미숙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크고 작은 국제 문제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법보다는 감정을 들고 나오곤 하였다. 주한 영국 기자 브린씨가 쓴 ‘한국인은 누구이며 무엇을 생각하는가’라는 책에 기술한 것처럼 한국민족은 ‘청소년 기질이 다분히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번 황교수의 연구 성공은 올림픽 축구에서 4강으로 진출한 것과는 질이 다르다. 과학은 진실을 찾는 것이다. 민족적 감정이 필요 없는 것이다. 우리는 국제과학 윤리규정이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줄기세포의 성공적인 임상실험까지는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방대한 연구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이다.
그리고 황교수의 이번 성공적인 연구도 돌발적이 아니고 끊임없는 과학의 발달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며 1996년 영국에서 최초로 복제하여 나온 돌리 연구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줄기세포 연구는 ‘PD수첩’ 논란에 관계없이 진행될 것이라 보며 연구 결과가 성공적이면 국제기관이 당연히 인정할 것이다. 그러니 한국민은 성숙성을 보이고 연구소를 조용히 성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발전하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길이다.
김종율/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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