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부동산 광풍’의 한해였다. 3~4년 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워싱턴 부동산 경기는 올 봄에 드디어 절정에 달했다.
집값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면서 “집만 사면 돈 번다”는 부동산 불패신화가 뿌리를 내렸고, 실수요자에다 투기꾼까지 가세하면서 올봄 워싱턴 일대에 집사기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집을 내놓으면 불과 몇시간 또는 며칠만에 순식간에 바이어가 몰렸고, 집주인은 마음에 드는 바이어를 고를 수 있었다.
집을 사겠다는 경쟁심에 주택거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스펙션을 생략하는 것은 물론, 바이어가 셀러에게 ‘자신이 집을 사야 하는 이유’를 에세이 형태로 제출하는가 하면 마음에 드는 집을 5-6만달러씩 웃돈을 주고 사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일반 주택은 물론 고가의 콘도 역시 열기를 타면서 완공 전에 거의 100% 분양됐으며, 목좋은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콘도단지로 전환·분양되면서 렌트를 사는 저소득층을 거리로 내몰기도 했다.
부동산 열기는 타주로까지 확산돼 애틀란타, 노스 캐롤라이나 등지의 주택 또는 상가를 소개하는 설명회에도 많은 워싱턴 한인들이 몰렸다.
수직 상승곡선을 탔던 워싱턴 부동산 경기는 그러나 7월 들어서면서 주춤대기 시작했다.
훼어팩스 카운티와 알링턴, 알렉산드리아를 포함하는 북버지니아 지역의 실적을 보면 3~6월 계속 큰폭으로 늘어나던 거래는 7월 들어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지역의 거래가(중간가 기준) 역시 올들어 상승 일변도였지만 6·7월 50만달러로 정체를 보이더니 8월 들어 49만9,250달러로 떨어지면서 이후 내리 하강곡선을 그렸다.
7~8월 부동산 시장이 주춤할 때만 해도 ‘여름 휴가철의 일시적 현상’이란 분석도 나왔지만 이후 가격,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시장에 나온 매물은 올 10월 작년 대비 2.2배로 늘어나면서 부동산 냉각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올 4분기 들어서는 ‘집을 내놓아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는’ 현상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부동산 시장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피해도 속출했다. 올 4월 인스펙션도 생략한 채 집을 산 한인 가족은 뒤늦게 집에 물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애를 태우고 있으며, 집을 8채나 샀다가 모기지를 못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생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냉각 현상이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8월 워싱턴 DC의 주택정책연구소는 ‘워싱턴 지역에서 문제없이 집을 사려면 봉급생활자 2.2명이 연 1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여야 한다’는 분석치를 발표했다. 맞벌이 부부가 직장 생활을 해도 집사기가 빠듯할 정도로 집값이 올랐다는 것이었다.
9월에는 보스톤재단이 ‘워싱턴 일대의 생활비가 보스톤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비싸다’고 발표했으며, 10월에는 PMI 모기지보험이 ‘워싱턴 일대의 집값은 소득·경제 수준보다 18.2% 고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소득 수준을 뛰어넘으며 집값이 오른 까닭에 집 사기가 힘들어졌으며, 소득수준이 집값수준을 따라잡기 전까지는 부동산 경기 냉각현상이 당분간 지속되리란 전망이다.
워싱턴 일대 부동산 시장의 장기 전망은 물론 장미 빛이다. 연방 정부를 끼고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현재 미국의 대도심 중 거의 유일하게 경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단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그간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번 사람이 많았듯 이제 부동산 때문에 큰 손실을 볼 사람도 늘어날 차례라는 분석이다.
“무리한 집 구입의 결과 앞으로 2~3년 동안 모기지를 내지 못해 경매 당하는 집이 급증할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한 경매 부동산 전문업자의 관측은 앞으로 벌어질 현상을 예고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그래서 2005년 워싱턴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의 위력과 함정’을 모두 보여준 한해로 기록될 듯 싶다.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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