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관 강석준 세무관은 좀 별난 공무원이다. ‘통일’이란 이름이 붙은 행사장에 가면 그를 심심찮게 만난다.
어느 날은 법륜 스님 통일 강연회장에서 열심히 메모하더니만 어떤 날에는 헤리티지 재단이나 AEI 같은 미 싱크탱크의 한반도 세미나장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어떤 워싱턴 동포들은 그가 통일부에서 나온 대사관 직원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한미동맹과 남북한 경제협력등 통일관련 모임에 빠지지 않고 부지런히 다니자 동료 직원들로부터 오해를 받는 것도 당연했다.
‘통일’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열정은 사무실에서도 확인된다. 방문자의 눈길을 끄는 수십권의 자료집은 대부분 ‘통일’ 관련 내용들이다. USA Today, 월스트릿 저널 같은 미국 신문, 잡지는 물론 동포신문의 기사도 빠짐없이 스크랩해놓았다.
강 세무관은 “독일, 호주, 미국등 9년의 해외근무를 했는데 현지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수십권의 바인더 북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인더북은 물론 장식용이 아니다. 공직생활 틈틈이 그는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국내 주요 일간지등에 기고를 하기도 하고 또 저술을 한다.
지난 30년 그의 공직 이력을 들여다보면 강 세무관의 브랜드가 왜 엉뚱하게도 ‘통일’인지 이해가 간다.
그는 1976년 제19회 행정고시에 합격, 재무부에 발을 들여놓았다. 세제국, 관세국, 국제금융국, 국고국 외에도 국세심판소 조사관, 세무대학 교수 등을 거치며 27년간 재무부 맨이었다.
‘통일’과의 공식적 인연은 재무부 파견 초대 통일연구관으로 독일 재무성 산하 함부르크 경제연구소(HWWA)에서 근무할때부터다. 독일 통일 직후인 91-94년까지 3년 동안 그는 베를린, 드레스덴, 라이프치히등 동독의 통일 현장과 체코, 헝가리등 동구라파의 체제전환 과정을 둘러봤다. 귀국 후에는 재경부 경제협력국 지역협력(북한)과장을 역임하며 DJ 정부 시절 오늘의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의 터전을 닦았다. 한편으로는 KEDO 사업을 총괄하며 재경부에서도 ‘통일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외도는 학문적 연구로 귀결돼 “남북한 통화통합”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제가 천착해온 건 한반도의 정치적 의미의 통일보다 경제공동체로 남북을 어떻게 잇는가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주미대사관 세무관으로 있으면서도 미국의 선진 세제(稅制)와 세정(稅政)을 연구하는 한편 통일의 방법론에 대한 발품을 팔고 다녔다.
오는 12월말 한국으로 귀임하는 강석준 세무관은 15일(목)에는 KEI(Korea Eco nomic Institute, 1201 F Stree t,NW, Suite 910) 세미나에서 미 근무의 방점을 찍는다. ‘The Lesson from Ger many Unification for Future Korea” 라는 제목으로 이날 낮 12시부터 2시까지 발표한다.
이번 발표에서는 한국 수출입은행 남북 기금부 후원으로 곧 발간될 ‘남북한 통화통합’ 책자에서 서술된 내용이 핵심이 될 예정이다.
“워싱턴 대사관 근무가 공직생활중 가장 보람있었다“는 강 세무관의 유별난 외도는 경제적 통일이란 채색화를 그리는데 유용한 밑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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