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영상매체인 TV는 시청자들에게 즉각적으로 감정과 행동을 유발시킨다. 그래서 소위 TV 세대는 주체성을 상실하고, 개성이 없는 타인 지향형의 인간, 인내심이 없는 단세포형의 인간으로 변모했다.
언젠가 오클라호마 주립대 의학연구소장인 독일계 스나이더 박사는 “독일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성격이 나빠질까 봐 하루 1시간 정도만 TV를 보도록 하고 그것도 교육프로만 허용하고 있다”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요즘 TV는 9.11테러의 잔인한 현장이나 이라크전의 생사 현장을 생중계 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TV가 모든 분야에 기능을 발휘하는 위력과 관련, 어떤 매스 커뮤니케이션 학자는 TV를 가리켜 ‘현대사회의 신’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력을 지닌 TV 방송사가 줄기세포에 관한 진위여부를 파고들었으니 한국사회는 물론 국제사회에까지 몹시 시끄러워져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언제나 이 소요가 소멸될지 걱정스럽다.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첨단 생명공학에 대해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문외한이다.
또한 공공제도의 허술한 면을 채우는 ‘여론’이라고 일컬어지는 신비한 힘을 창출하는 것이 매스컴이지만 통계적으로 24시간 중 1시간 미만만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응을 전체의 여론이라고 단정짓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매체를 접해서 객관성을 찾지 않으면 편견에 감응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문제를 떠나 윤리 도덕적인 측면과 애국적인 견지에서 옛 선각자들의 격언을 인용했으면 한다.
우선 황우석 박사측과 노성일 이사장측에 해당되는 격언이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자기가 아는 대로 진실만을 말할 것이며 듣는 이에게 편안과 기쁨을 주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 것이며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이기심을 채우고자 정의를 등지지 말고 원망을 원망으로 갚지 말라. 위험에 직면했다고 두려워 말고 이익을 위해 남을 모함하지 말라. 행복은 내가 짓는 것이요, 불행도 내가 짓는 것이니, 그 행복과 불행은 다른 사람이 짓는 것이 아니다”
이 내용은 팔만대장경의 경(經), 율(律), 논(論) 중에서 ‘논’에 수록된 부처님의 말씀이다.
그리고 대통령을 보필하는 담당 부총리와 보좌진 등 옛말로 재상들이 많은데 이 문제에 대해서 왜 좀 더 적극적으로 수습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는지 국록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재상의 일을 맡기는 데는 반드시 재상의 재목이 있으니 그 마땅한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유약하여 제압되기 쉬우며 혹은 아첨하고 간사한 자가 아첨하여 나오거나 혹은 외척과 결탁하고 혹은 중인에게 붙는다. 뭇 사람이 우러러보는 지위에 거하고 치도를 논하는 직책에 처하면 간사한 자는 권세를 부려 복록을 지으며 벼슬을 팔고 법을 팔아 천하를 어지럽게 하며, 유약한 자는 임금의 뜻을 받들어 따르기만 하고, 입을 다물어 말을 아니하여 은총만을 굳히매, 크게는 사직을 위태롭게 하고 작게는 기강을 무너뜨리니, 재상의 임무를 어찌 가벼이 주겠는가”라고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그의 저서 삼봉집(三峯潗)에서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임금에게 말씀을 올릴 때는 “찬부를 분명히 하고, 옳고 좋은 것을 따르되 나쁜 것은 끝까지 바로 잡아라”고 역설하였다.
마지막으로 줄기세포 진위를 파헤친 TV 방송사에 한마디하고 싶다. 특종을 하기 위해 협박까지 하며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국익과 알 권리 사이에서 ‘비판적 안전거리’를 유지하여 충돌을 피하고 갈등을 빚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자유란 책임으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장 고귀하고 강력한 힘이 된다는 것을 유념했으면 한다.
박종식
예비역 육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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