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이 고향인 강선우씨.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다니다 한국전이 발발, 휴학한 후 1955년 미국에 유학왔다. 이제는 70을 훨씬 넘긴 엘리트 노신사가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보따리 장사에 나섰다.
중국에서 숨어지내며 탈북여성들이 만든 자수 제품들을 가져다 미주 한인들에게 파는 일이 그것이다.(14일자 기사 참조)
도망 다니는 신세의 탈북자들이 마땅한 직업을 갖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고안해낸 것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자수 만들기였다.
한 사람이 하루 열 시간을 꼬박 일해야 1개에 1달러를 받는 조그만 자수 십자가 10개를 만드는 게 고작. 그러나 체포 위험이 적고 겨울에도 일감이 있어 다행이다.
“지난 11월에 가져온 5,000개의 물건은 한인교회와 단체에 열심히 홍보했더니 다행히 다 나갔다”고 강집사는 기뻐했다.
그러나 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인 연숙자씨는 “탈북 어린이들을 돕는 게 보람은 있지만 물건을 파는 일은 만만치 않다”며 웃었다.
고향에 갈 기회는 항상 있었지만 아직 한 번도 가질 않았다는 강 집사는 “돈 들이고 가서 겨우 김일성 동상 보고 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런 그가 중국은 매년 방문한다. 연로한 몸으로 한 번 갔다오면 피곤을 푸는데 한 달씩 걸리는데도 아이들이 걱정이 돼 안갈 수 없다. 5살 어린이부터 성년이 가까운 청소년까지의 아이들은 10여개 처소에서 5-6명씩 숨어지낸다. 이 아이들 중에는 고아도 있고 엄마가 맡겨놓고 가끔 찾아오는 아이도 있다.
강씨가 관여하는 단체가 생겨난 건 6년 전이다. 탈북자들의 딱한 사정이 미주 한인사회에 전해지면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LA에서 뜻이 같은 10여명의 한인들과 시작했다.
“탈북자 중에서도 힘없고 불쌍한 어린이들을 돕기로 했지요. 첫 해 25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50여명을 모 처에서 돌보고 있는데 거쳐간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네요.”
이 아이들이 무조건 숨어 지내는 것만은 아니다. 정기적으로 교사를 파견해 중국어, 수학 등 학교 교육을 시키고 성경도 가르친다.
강 집사는 “선교단체를 표방하지 않기 때문에 신앙 얘기를 일부러 하지 않는데 아이들이 불안해서 그런지 성경 공부에 열심을 낸다”며 “기특하면서도 안스럽다”고 말했다.
탈북 여성들이 만들어내는 자수 제품은 종류도 여러 가지고 수준도 만만치 않다. 액세서리 십자가 외에 예수님 초상화, 인기 연예인 얼굴, 개인적으로 주문 받은 사진 등도 수를 놓는다. 앞치마, 손가방 등의 제품도 손으로 제작하는데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판매 대금은 전액 LA에 있는 본부에 전해진다.
이젠 중국 여행이 예전처럼 쉽지 않다는 강씨. 그는 “이 일에 동참해줄 젊은이들이 없겠느냐”며 한인사회의 관심과 후원을 요청했다.
문의 (301)718-7711.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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