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한인연합회가 정초부터 격랑에 휩싸였다. 선거 회칙을 바꿔 회장 출마 자격을 제한하려는 시도 때문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한인회에서 1년 이상 봉사한 자”란 자격 규제와 후보 등록금의 대폭 인상이다.
현 집행부의 개정 의지는 이사회란 1차 시험대는 통과했다. 남은 일정은 200명 이상이 모인 총회다. 한인연합회는 이미 2월초로 임시총회 소집공고를 냈다.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김영근 회장의 추진력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정도로 평가받아온 대목이다. 하지만 속도와 추진력이 항상 긍정적 기제로 작용하는 건 아니다. 지금이 그렇다.
이사회에서도 일부 지적됐지만 선거 회칙개정은 몇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절차상의 하자다. 형식은 이사회, 총회 순의 정당한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50년 역사를 지닌 워싱턴 한인사회의 대표기관 수장 선출에 관한 중대한 사안이라면 이사들의 거수 정도로는 부족했다.
사전에 원로들의 조언을 듣고 공청회 등 여론을 폭넓게 청취하고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는 개정할 회칙을 하필 오는 11월 선거부터 적용하려는가 하는 점이다. 통상 회칙 개정은 다음 회장대에서 적용하도록 개정하는 게 전통이었다. 과다한 식대를 들여 임시총회를 서둘러 치르고 올해부터 적용할 명확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벌써부터 현 집행부가 선호하는 특정 인사 밀기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김회장의 선의가 의심받고 있다.
세 번째는 회칙 개정의 의도다. 김 회장은 “한인회를 모르는 분이 불쑥 회장을 하면 한인회를 아는 데만 1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 또한 개정의 취지로서는 빈약하다. 한인회장 업무가 얼마나 복잡다단한지는 모르겠지만 1년이나 걸린다는 식은 설득력이 없다. 일국의 장관도 6개월이면 업무 파악이 끝난다.
이번 회칙 개정 추진의 문제점은 한인연합회 전직 회장단의 긴급 모임에서도 지적됐다. 한인사회의 역사와 함께 해온 60-70대 고령의 원로들이 모여 제동을 걸었다는 사실 자체가 유례를 찾기 힘든 뉴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한인사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 집행부가 무리하게 회칙 개정을 추진하면서 한인연합회 내부에서도 “한국의 정치판을 닮아간다”“권력게임만 즐긴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31대 연합회의 열정과 업적을 기억하기에 더 실망스럽다는 한숨소리도 새나온다.
한인연합회 선거에서 당면한 과제는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 구현과 유능한 인재들을 한인회로 끌어들이는 작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행히 청정 선거는 두 차례 ‘돈 선거’의 폐해를 실감한 김 회장의 노력으로 재선 직후 총회에서 회칙이 개정돼 희망을 갖게 됐다.
남은 과제는 유능한 인재영입이다. 출마 자격규제는 명분이 아무리 좋더라도 꼭 필요한 인재들의 한인사회 진출을 가로막는다. 문호 개방을 통해 폭넓게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해도 부족한 마당에 이같은 잘못된 역발상이 따로 없다.
밀어붙이기식 추진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딜레마에 빠진 김영근 회장의 지혜와 큰 결단이 필요할 때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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