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매월 나오는 사회보장 연금이 4.1% 증액된다는 싫지 않은 소식이 왔다. 매해 물가상승에 대한 보전책으로 얼마씩 불어나고는 있지만 이번처럼 큰 폭으로 늘지는 않았었다. 이는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컸다는 정부의 공식 인정이기 때문에 사실은 좋아할 일이 못된다.
그런가 하면 저소득 노령자에게 지급되는 소위 웰페어는 오히려 줄어들었고 그 금액도 앞으로 2년간 동결시키겠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우리가 미국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가늠케 하는 하나의 바로미터라 될 수 있다. 최근 부시 행정부는 2조7,700억달러의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예산안은 국방 및 안보부문에 대한 금액을 대폭 늘리는 대신 사회복지 부문은 크게 삭감하고 있다. 그동안 한인 노인들에게 효자 노릇을 하고 있었던 웰페어가 언제까지나 결코 안전지대가 아님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한인들 가운데 노후생활을 웰페어에 의존하겠다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음을 발견하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미국은 지금까지는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은 나라임에는 틀림없으나 더 이상 지상천국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미국 경제가 나빠지거나 어떤 사정이 생기면 가장 먼저 손대는 것이 사회복지 부문의 예산삭감으로 나타난다.
웰페어 금액은 미국 어디서나 똑같은 것이 아니라 주마다 받는 금액이 다르며 혹시 한 달 이상 한국에 나가 살거나 자주 나가면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고 다른 수입이 생길 경우는 그 액수만큼 삭감된다. 또한 한 때 비시민권자와 10년 이상 세금보고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예 한 푼도 지급치 않겠다는 법안이 제정되어 실시 직전까지 간 일도 있었다.
그러므로 현재의 한인 노인들처럼 자신도 여생을 웰페어 수혜자로 편안히 잘 먹고 걱정 없이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크게 후회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므로 빨리 그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노후대책에서 아직까지 가장 틀림없고 확실한 것은 무어니 해도 사회보장 연금이다. 2029년도부터는 기금이 고갈되어 앞으로는 그 제도가 없어지느니 제대로 못 받느니 하는 갖가지 염려스런 말들이 많지만 일부 개혁안은 마련될 수 있어도 큰 골격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은퇴자들의 대부분은 사회보장 연금에서 가장 큰 수입을 얻고 있다.
웃기는 것은 계획성이 약한 한국 사람들이 어째서 눈앞의 엄연한 사실은 외면한 채 오랜 후의 가능성에는 그렇게 귀가 솔깃한지 아마도 세금들을 잘 내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억하심정이 아닌가 싶다. 사회보장 연금은 세금을 납부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쉽게 말하면 오랜 기간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이 제한은 있어도 그만큼 더 받게 되어 있다.
사회보장 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수혜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죽을 때까지 나온다는 점이다. 2월로 접어들면 세금보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 때에 한인들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 있다. 세금을 더 낸다고 생각지 말고 노후를 위한 저축으로 여기고 세금을 가급적 많이 내도록 하자.
편리한 비행기도 못 타서 기차로만 다니는 통 큰 겁쟁이 국방위원장이 지배하는 북한 집단이 얼마나 가겠는가. 오래 지탱하지 못하고 머지 않아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러면 미국 땅에서 땀 흘려 일하다 은퇴한 한인 가운데 통일된 고국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은 뻔한 일이다. 미국 정부에서 매월 꼬박꼬박 지불하는 사회보장 연금으로 서울이나 제주에서 또는 평양이나 원산 또는 신의주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니 그 날을 위하여 세금보고를 성실히 하기를 권하고 싶다.
조만연
수필가,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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