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을 터뜨릴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 어떤 영화면 될까. 조폭영화를 만들어라. 그러면 대박까지는 혹시 몰라도 최소한의 흥행은 보장한다. 왜.
대한민국의 조폭 인구는 줄잡아 100만이다. 조폭영화를 만들면 이들은 반드시 본다. 혼자 보나. 아니지. 품위관계상 애인을 데리고 온다. 그러니 200만 관객은 개런티다.
그뿐이 아니다. 웬만한 조폭은 두 번 이상 영화를 보게 마련이다. 그들의 수준으로는 한번 보아서는 잘 이해를 못하므로 두 번 관람은 필수다. 그래서 어떻게 되나. 400만 관객은 보장된다는 얘 기다.
하기는 제작됐다고 하면 히트였다. 조폭영화다. 해서 나온 조크다.
한국영화가 흥행하는 데에는 한 가지 공식이 있다고 한다. 소재 선택이 한 가지 열쇠다. 조폭을 소재로 하는 거다. ‘친구’니, ‘투사부 일체’니, ‘가문의 위기’ 같은 영화들이다. 하나같이 5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그에 못지 않은 소재가 남북문제라고 한다. 분단민족의 원초적인 감성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최초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쉬리’도 남북문제를 다룬 영화였다.
관객 1,000만대를 넘어 흥행기록 1, 2위를 세운 영화들은 하나같이 분단문제를 소재로 했다. ‘태극기를 휘날리며’와 ‘실미도’다.
조폭영화도 아니다. 분단문제를 다루지도 않았다. 그런데 관객이 1,000만을 돌파했다. 그러더니, 지난 주말에는 전국 관객 1,175만을 돌파해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최다 관객기록을 깼다.
‘왕의 남자’ 얘기다. 사극이다. 그것도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한 정통 사극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영화를 잘 만들었으므로’가 그 우문에 현답인 모양이다. 하기야 영화가 잘못 만들어지고서는 그렇게 많은 관객이 동원될 수는 없으니.
그래도 그렇다. 말이 1,175만이다. 거기다가 1,300만 돌파도 시간문제라고 한다. 이쯤 되면 아이와 노인들 빼면 대한민국 국민이면 이 영화를 다 본 셈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혹시 ‘왕따 피해의식’과 관계가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빠지면 축에 끼지 못한다는 의식 말이다. ‘왕의 남자’란 영화가 잘못됐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아무리 잘된 영화라도 관심도 없고 안 보는 사람이 있다. 이것이 정상적 사회가 아닐까 싶어서다.
월드컵 연습경기다. 그런데도 거리거리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응원가를 외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록 갱신이란 소명을 위해서인지 전 국민이 영화 관람에 나선다. 그 분위기에서 뭔가 섬뜩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