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공식 후원하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계야구계를 뒤흔든 초대형 이변이 터져 나왔다. 명실상부한 최강팀으로 꼽혔던 미국 드림팀이 복병 캐나다에 덜미를 잡힌 것.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블락버스터 결승대결을 향해 순항할 듯 하던 미국은 이제 당장 1라운드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충격적인 위치로 전락했고 한국의 2라운드 매치업도 덩달아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8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벌어진 대회 1라운드 B조 경기에서 캐나다는 초반 투·타·수비에 걸친 미국의 난조를 틈타 8-0까지 달아난 뒤 미국의 추격을 6점으로 막아내 8-6으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제이슨 베이와 코리 코스키, 저스틴 모노 등 몇몇 메이저리거를 제외하곤 대부분 마이너리거들로 짜여진 캐나다 팀의 최고스타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유망주인 애덤 스턴. 지난해 레드삭스에서 36게임에 나서 타율 .133에 그쳤던 스턴은 이날 캐나다의 9번타자로 나서 3루타와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로 4타점을 올렸고 센터필더로서도 2차례나 멋진 수비로 팀을 실점위기에서 건져내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고국 캐나다에게 대어를 낚는 기쁨을 안겼다. 또 지난해 볼티모어 싱글A팀에서 뛴 21살의 젊은 좌완투수 애덤 로웬은 선발로 나서 미국의 강타선을 3⅔이닝동안 3안타 3포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이변의 주춧돌을 놓았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선발 단트렐 윌리스(플로리다)가 3회를 못 넘기고 65개 제한투구수를 모두 허비하며 2⅔이닝동안 6안타 2포볼로 5실점하는 난조를 보였고 바통을 넘겨받은 노장 알 라이터 역시 ⅔이닝동안 3안타 1포볼로 2실점하는 등 믿었던 투수진이 초반에 허물어지면서 충격적인 패배를 맛봤다.
캐나다는 1, 2회 각 1점을 뽑아낸 뒤 3회 4안타와 포볼을 묶어 3점을 뽑아 주도권을 잡았고 4회 맷 스테어스의 2타점 적시타에 이어 5회에는 스턴의 인사이드팍 홈런으로 리드를 8-0까지 벌렸다. 잠자던 미국타선은 마침내 5회말 깨어났다. 선두 마이클 영이 안타를 치고 나가며 포문을 열자 켄 그리피 주니어와 데렉 리가 잇달아 득점타를 뿜어내 2점을 따라갔고 계속된 공격으로 주자만루를 만든 뒤 제이슨 배리텍이 센터펜스를 넘어가는 대형 만루홈런 아치를 그려 단숨에 8-6까지 쫓아가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선언하는 듯 했다. 하지만 끝내 역전 드라마는 없었다. 8회말 2사 주자 1, 3루에서 체이스 어틀리가 큼지막한 타구를 쳤으나 스턴이 펜스 근처에서 뛰어오르며 잡아냈고 미국은 9회말 삼자범퇴로 맥없이 물러나며 고개를 떨궜다.
■미국 어떻게 되나
B조에서 1승1패가 된 미국은 남은 남아공전(10일) 전날인 9일 벌어지는 멕시코-캐나다전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만약 캐나다(2승)가 멕시코(1승1패)를 꺾는다면 캐나다와 미국이 1, 2위로 8강에 오르지만 멕시코가 캐나다를 꺾는다면 미-멕시코-캐나다가 2승1패로 3자동률이 돼 타이브레이커로 8강에 오를 두 팀을 가려야 하는 것.
첫 타이브레이커는 동률팀들간의 맞대결 성적이지만 3팀이 물고 물린 경우여서 해당되지 않고 다음 타이브레이커인 동률팀간 경기의 실점으로 순위를 정하게 된다. 현재 미국은 두 게임에서 8실점, 캐나다와 멕시코는 한 게임에서 각각 6실점과 2실점을 기록하고 있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멕시코-캐나다 전에서 멕시코가 2점 이하를 득점하고 이기는 경우 미국이 1라운드에서 떨어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물론 멕시코가 3점 이상을 뽑고 승리한다면 미국이 2위가 되고 캐나다가 3위로 떨어진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미국으로선 일단 남의 경기 결과에 가슴 조려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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