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불명된 사람들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한 포스터를 들고 있는 케이트 허스.
케이트 허스가 서울 한복판에서 친부모 찾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영 아트 퍼포먼스 비디오 작품 주목 케이트 허스
생후 3개월에 미국 입양, 본명도 친부모도 몰라요…
한국인이란 것만 확실하죠
머리로 하는 창작과 몸으로 하는 퍼포먼스를 즐기는 케이트 허스(Kate Hers·30)는 한인 입양인 예술가이자 활동가이다. 좀체 이해하기 힘든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3부작 ‘에스더 카 프로젝트’(Esther Ka Project)로 한국과 주류 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21세기 체면을 차리기 위한 성교육’(비디오설치·2002), ‘한국에서 타인종간 입양된 자들의 장점, 게릴라 소녀들 이후’(정치적 포스터·2004-05), ‘행방불명된 사람들 프로젝트’(예술가적 간섭·2005)로 구성돼 있다.
“에스더 카(Esther Ka)는 제 가명이에요. 입양한 부모가 지어준 본명 ‘katehers’의 스펠링으로 장난을 쳐본 거죠. 어차피 태어나서 지어진 이름은 모르잖아요. 한인여성으로 태어나 입양되어 미국에서 자랐다는 것만 확실한 ‘나’인 걸요”
작품마다 쏟은 그녀의 노력은 때론 상식을 넘어섰다. 비디오 설치 ‘21세기 체면을 차리기 위한 성교육’(Sex Education for Finding Face in the 21st Century)은 2002년 한국에 머물었던 당시 작품이다. 그녀는 ‘체면상실’이라는 개념을 조사하고 싶어 임신한 고교 여학생의 모습으로 거리에 나섰다. 만원을 이룬 시내 한복판에서 한 시간 동안 광적으로 웃어댔고, 그녀를 정신이상자로 여긴 경찰에 의해 구경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끌려나왔다.
‘행방불명된 사람들 프로젝트’(Missing Persons Project)라는 퍼포먼스 아트는 지난 연말 한국입양정보센터 주최 개인전 ‘생명 그리고 아름다운 만남’과 동시에 이뤄졌다. 10일간 동대문을 누비며 A4용지 크기의 포스터 ‘사람을 찾습니다’를 부치고 다녔다.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을 알리고 싶어서 펼친 포스터 캠페인이었다. 30년이 되도록 만나지 못한 가족을 찾는 행위가 예술로 승화됐고, 이를 그녀는 ‘예술가적 간섭’이라고 표현했다.
“예술가적 행동주의를 이용한 한국과 국제입양 관례 변화가 목표였어요. 라디오와 신문, TV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는 무력한 입양인이 극적이고 가련한 상황을 설정하려는 미디어의 담보물이 되지 않고, 스스로의 능력과 독립된 방식이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거든요”
생후 3개월에 디트로이트로 입양된 후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몸부림이 그녀를 예술가로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드로잉, 페인팅, 사진, 퍼포먼스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했지만, 앞으로 그녀는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비주얼 아트에 몰두할 계획이다.
케이트 허스는 시카고 예술대학을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했고, 풀브라이트 장학금, 일리노이주 예술위원회 공로상 수상, 브레이크모어 재단 보조금 등을 받았다. 디트로이트 예술대학에서 창작연구를, 한국 계원조형예술대에서 공연예술을 강의했고 현재 UC어바인 미술대학원에서 스튜디오 아트를 전공하고 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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