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달에 LA 기윤실 공동대표직을 사임하였다. 공동대표직에 임명된 것도 2년 전에 내가 참석하지 못한 회의에서 억지춘향 식으로 떠맡겨진 것이었는데, 거절하는 것도 윤리적이지 못한 것 같아 그냥 맡아왔던 것이다. 사임의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삶의 모습이 기윤실의 윤리기준에 한참이나 미달된다는 자괴감이었다. 기윤실은 ‘검소한 삶, 나누는 삶’을 외치고 있는데, 나는 검소하게 살지도 못하고 제대로 이웃과 나누지도 못하면서 산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기윤실의 공동대표로서 나의 역할이 다하였다는 깨달음이었다. 나는 원래 한국교회가 건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윤실에 동참하였고, 그래서 기윤실이 벌이는 건강교회운동에 가장 큰 관심을 가져왔다.
구체적으로 기윤실을 통해 하고 싶었던 것은 (1)건강교회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의 개최와 (2)교회 개혁의 지침서가 되는 논문집의 발행이었고 가능하다면 (3)한국교회의 건강성을 체크할 수 있는 기준표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었다.
그런데 5년째 건강교회 포럼은 지속적으로 개최되어 이제는 안정을 얻은 것 같고, 2004년에 건강교회 체크리스트도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믿어지는 모습으로 발표되었고, 작년에는 논문집도 하나 발간하여 교회개혁을 위한 신학과 행동지침을 제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기윤실호루라기’를 통해서도 우리가 건강교회를 부르짖을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나의 생각으로는 이제 건강교회에 대한 이론, 논리, 방향 심지어는 방법까지도 외쳐질 것은 대충 외쳐진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우리의 외침을 행동으로 연결해야 할 단계에 들어갔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나는 평생 행동 없이 고민만 해온 책상물림이어서 행동을 요구할 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달란트를 지니지 못했다. 이제 나보다 훨씬 더 뜨거운 심장을 갖고 있는 허성규 교수가 이 자리를 승계해 주어서 나는 말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린다.
이제 교회개혁은 당위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기윤실도 적극적이지만 그보다 더 활동적인 교회개혁 연대가 탄생되었고 교회개혁을 주장하는 인사들이 모여 인터넷신문도 내고 잡지까지 내고 있다. 미국에서도 애틀랜타 교회협의회는 영주권과 종교비자에 관계해 교회가 부정직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선언을 하였고 뉴욕의 한인신학교협의회에선 신학교 자정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고 한인교회가 1,000개 이상 있고 한인 신학교도 근 70개에 이른다는 남가주에서는 그런 행동이 아직 보이지 않음이 안타까운 일이다.
원래 종교, 교육, 학문, 예술, 등 좀 고상하게 보이는 일이나 그 일을 하는 단체들 주변에는 냄새나는 쭉정이들이 끼게 마련이다. 그래서 기독교의 주변에도 그런 쭉정이들이 기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한인교회의 모습은 쭉정이 때문에 복음의 향취가 철저하게 가려져 있는 절박한 현실이다. 교회의 몸통이 통째로 썩었을 때 교회가 벌이는 어떠한 행사도 악취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영적인 무장과 윤리적인 각오를 가지고 위선의 허울을 벗기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
교회개혁운동은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면 교회 밖에서도 추진해야 한다. 이 운동은 교역자들이 앞장서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교역자들이 용기를 보이지 못할 때 평신도라도 벌여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한 LA기윤실도 남가주 한인 기독교 사회의 정화를 위해서 용기있는 행동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박 문 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쇼날 대학 학장)
(LA기윤실 실행위원 www.cemk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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