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생을 결정하는 것이 환경이냐 유전자냐 하는 것은 오랜 논쟁의 대상이 돼왔다. 그러나 요즘 추세는 유전자가 대세를 결정하고 환경은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어려서 헤어진 쌍둥이가 다른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비슷한 성향을 보이며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누린다는 여러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어찌됐든 유전자와 환경이 한 사람 일생의 상당 부분을 좌우한다고 볼 때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 이상 중요한 사건은 없는 셈이다. 유전자와 어렸을 때의 주변환경이 그 순간 정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그 외에 부모의 교육 수준이나 재정 형편까지 대체로 물려받는다. 참 불공평한 세상이다.
LA 한인사회에서 참으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도박에 빠진 아버지가 두 자녀를 차에 집어넣고 불을 질러 태워 죽인 것이다. 이 아버지는 불이 자신의 몸에 옮겨 붙자 차 밖으로 뛰쳐나와 목숨을 건졌다 한다. 그렇게 살아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이 참혹한 소식이 전해진 3일 아침 두 자녀들이 다니던 학교도 초상집이 됐다. 동료 급우들과 담임선생은 충격으로 입을 열지 못하고 교실은 울음바다가 됐다.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학교측에서는 아이들이 너무 놀랄까 봐 사실을 숨기고 교통사고로 숨진 것으로 했다는 후문이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 자녀는 학교생활도 즐겁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들의 경우 도시락을 싸오지 않고 런치 티켓도 준비못해 주위 사람들이 종종 나눠 먹였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를 제 때 해가지 못해 사정을 잘 모르는 교사로부터 야단도 많이 맞았다. 사업 실패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남편이 아내를 상습 구타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 볼 여유가 있었을 리 없다. 지난해 말 학부모 면담 때 아들 담임선생은 아버지와 만난 후 그 위협적인 태도에 놀라 학교측이 별도 입회인을 마련했을 정도였다. 아이도 친구들에게 “나는 불행하다”는 말을 종종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자식을 불에 태워 죽일 생각을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도 그 동안 사업 실패에다 도박 빚, 기타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가 순간적으로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키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싫다는 아이를 강제로 차에 태우고 어린 생명을 앗아간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아버지 손에 목숨을 잃는 순간 아이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불과 열살 남짓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았던 두 남매는 이제 하늘나라로 갔다. 부모를 잘못 만난 죄라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다. 무고한 두 영혼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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