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늦가을 한국의 강원도 양양에서는 연어축제가 열린다. 양양의 남대천은 연어들의 모천,‘어머니 강’으로 유명하다. 10월말 축제 때가 되면 먼바다로 나갔던 연어들이 떼로 몰려들고, 그 장관을 구경하려고 사람들이 또 떼로 몰려든다.
강원도 골짜기 하천에서 태어난 연어가 어떻게 태평양 멀리 베링해와 알래스카 만까지 갔다가 때 되어 같은 골짜기로 되돌아오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이다. 한가지 추측은 후각이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설이다. 어린 물고기들이 하천에서 자라는 동안 강물의 냄새가 후각 신경세포에 새겨져서 훗날 그 냄새를 쫓아 ‘어머니 강’으로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다른 추측은 지구 자기장이 길잡이가 된다는 설. 철새들처럼 연어의 뇌 속에도 작은 자석 같은 물질이 있어서 지구 자장을 이용해 방향을 잡는다는 것이다.
강물의 냄새이든, 자석의 끌림이든 어릴 적 각인 된 기억이 평생 지워지지 않다가 끝내는 그들을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자연의 섭리는 경이롭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오피니언 란에 어머니를 주제로 한 글들이 많이 들어온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가슴 따뜻한 글들도 있고, 세상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가슴 아픈 글들도 있다. ‘어머니’를 주제로 한 글은 주로 여성 독자들이 보낼 것 같지만 의외로 남성들이 많이 보내는데 내용은 대부분 ‘후회’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왜 좀 더 잘 해드리지 못했을까’ 뒤늦게 자신의 무심했음을 한탄하는 마음들이다.
광활한 태평양에서 헤엄칠 때 연어는 모천을 기억하고 있었을까. 작은 상류에서 태어나 하류로, 바다로, 먼바다로 나가는 연어의 일생은 우리의 인생과 비슷하다.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 어머니의 품에서 자라고, 성년이 되면 태평양 같은 넓은 세상으로 나가 성취욕을 마음껏 불태우며 인생의 정점을 맞는다.
그 ‘태평양’에서 돈 벌랴, 승진하랴, 내 가정 꾸려가랴 바빠서 ‘어머니’를 저 뒷전으로 밀어 놓았던 어리석은 이기심을 많은 사람들은 후회한다. 언제나 거기 계실 줄 알았던 어머니가 어느 날부터 거기 계시지 않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불교 경전에는 사람의 뼈만 봐도 여자의 뼈인지 남자의 뼈인지를 가려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날 부처가 길을 가다가 길가의 뼈 무더기를 보면서 희고 무거우면 남자의 뼈이고 검고 가벼우면 여자의 뼈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여자는 아이를 한번 낳을 때마다 서말 서되의 피를 흘리고 여덟섬 네말의 젖을 먹여야 하므로”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큰 희생을 감수하는 일이니 어머니의 은혜에 깊이 보답하라는 가르침이다.
우리의 철저한 이기심, 어머니의 끝없는 희생은 사실 태중에서부터 시작된다. 임산부의 고혈압, 당뇨병 등 임신합병증은 바로 태아의 이기적 유전자로 인한 현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임신부의 혈압이 올라가는 것은 태아가 모체로 가는 혈류를 감소시키고 자기편으로 혈액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호르몬을 방출한 데 따른 결과라고 한다.
어머니는 한없이 내어주고 자식은 이기적으로 받으려만 드는 관계는 대부분 생명체의 공통점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어미가 모성본능으로 자기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새끼를 지키는 예는 흔하다. 종의 존속을 위한 유전자의 장치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하지만 자식이 20살이 되도록 슬하에서 돌보고, 50이 되고 60이 되어도 항상 염려하며 기도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본능’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본능보다도 더 깊은 사랑으로 우리 존재의 등불이 되는 분이 어머니이다.
어머니에게 가장 필요한 효도, 우리가 할수 있는 가장 쉬운 효도는 대화이다. 많은 노인들이 같이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어서 우울증에 빠진다. 전화기만 들면 이야기할 수 있고, 찾아가면 뵐 수 있는 어머니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어머니날, 대화의 선물을 어머니께 듬뿍 안겨드리자.
권정희 논설위원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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