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바르바로’ 다리 골절 6시간 대수술…
“생존 가능성 50%”
켄터키 더비 비롯
6개대회 우승 휩쓸어
‘트리플 크라운’우승
기대 한몸에 받다가
이제 안락사 운명에
‘신화’를 향해 달리던 경주마 바르바로가 20일 오른쪽 뒷다리 세 군데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였다.
7명의 수의사로 구성된 의료진은 바르바로의 부러진 뼈를 23개의 조임새로 고정시키는 6시간여의 대수술을 성공리에 마쳤지만 그의 회복 가능성은 50%에 불과하다.
수술을 지휘한 딘 리차드슨 박사는 “바르바로의 경우 정강이뼈와 발굽과 뒷발톱 사이의 발회목뼈, 종자연골 등 세 군데가 부러지고 발목마저 탈골됐다”며 “이 정도의 부상이면 고통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곧바로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통례지만 마주인 로이와 그레첸 잭슨 부부의 간청에 따라 수술을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경주마로서의 생명은 완전히 끝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리차드슨 박사는 이어 바르바로가 “출발 직후 한 스텝을 잘못 딛는 바람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바로 부상 전까지만 해도 바르바로는 1978년 이후 처음으로 ‘트리플 크라운’ 우승의 위업을 달성할 최고의 준마로 꼽혔었다. 트리플 크라운은 ‘켄터키 더비’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벨몬트 스테익스’ 등 국내 3대 경마대회를 일컫는 말. 1919년 서 바턴(Sir Barton)이 트리플 크라운의 첫 종합 우승마로 경마사에 이름을 올린 뒤 이제까지 단 11마리만이 챔피언의 영광을 누렸다.
트리플 크라운 출전자격은 세살배기 암수 순종 경주마로 제한되어 있으며 3개 대회의 성적을 점수로 환산해 최고점을 얻은 말이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
트리플 크라운에 우승하려면 이 3개 대회에 모두 출전해 완주해야 하고 이 가운데 최소 1개 대회에서 포인트를 얻어야 하며, 3개 대회 합산점이 가장 높아야 한다.
평가방식은 간단하다. 3개 대회 가운데 어느 한 개 대회에서 우승할 때마다 10점이 주어지고, 준우승부터 4위까지는 각각 5점, 3점, 1점의 포인트가 매겨진다. 또한 3개 대회의 개별 우승마에겐 100만달러, 3개 대회를 모두 석권한 통합 챔피언에겐 500만달러의 보너스가 따로 지급된다.
바르바로는 켄터키 더비를 비롯, 6개 대회에 출전해 전승을 기록한 준족. 전문가들은 최고의 기량으로 켄터키 데비를 석권한 그가 프리크니스 경주에서도 무난히 우승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는 ‘트리플 크라운’을 향한 두 번째 관문인 메릴랜드주 핌리코 경마장에서 단 한번의 실수로 무너지고 말았다. 수의사인 리차드슨 박사는 바르바로의 복합골절은 발목을 시속 40마일의 속도로 비틀 때 발생하는 부상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경주마에게 부상은 곧 안락사를 의미한다. 안락사를 시키지 않으면 더 큰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기 때문이다.
말이란 동물은 신체구조상 장시간 누워 있질 못한다. 오래 누워 있으면 소화기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 생명을 위협받는다. 또한 불안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노출됐을 때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천성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가 악화되게 마련이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네 다리로 버티고 서는 것이 말의 습성이다. 쓰러진 말이 일어서려 버둥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부상한 다리에 의족이나 보조기구를 달아주어 봤자 도움이 안 된다. 말은 네 개의 다리에 균등하게 체중을 배분해 완벽한 형평성을 유지하는데 여기에 미미한 차이라도 발생하면 다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고 결국 목숨을 잃고 만다.
바르바로는 지금 목숨을 건 ‘마지막 경주’를 벌이고 있는 셈이지만 우승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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