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향한 남편과의 고난도 댄스
“클린턴은 정치적 자산이자 장애물”
‘부부화목 보이며 독립적 이미지’ 부심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상원의원 부부가 ‘적정 거리’ 유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8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힐러리 의원에게 전임 대통령인 남편 클린턴은 귀중한 ‘자산’인 동시에 거추장스런 ‘짐’이다.
퇴임 후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치판의 락 스타’로 통하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폭넓은 지지기반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동물적 정치감각을 지니고 있다.
이런 면에서 그는 대권을 꿈꾸는 힐러리 의원에겐 더할 나위 없는 ‘원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힐러리 주변의 선거참모들은 클린턴을 그녀의 앞길에 가로놓인 장애물로 판단하고 있다.
1992년 선거에서 클린턴에 대한 효율적 ‘측면 지원’으로 자신의 실력과 존재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힐러리를 가리키며 “나를 대통령에 뽑으면 그녀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이른바 ‘2 for 1’ 유세로 재미를 보았다. 하지만 오는 2008년 대선에서 힐러리 의원이 클린턴을 ‘보너스’로 내거는 ‘2 for 1’ 전략을 구사했다간 선거를 망치게 된다는 게 참모들의 일반적 견해다.
클린턴이 대중적 인기를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권자들은 그의 ‘전과’, 즉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인 이른바 ‘지퍼 게이트’와 이로 인해 크게 손상된 힐러리와의 관계를 잊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불량 남편’인 그가 대통령의 배우자로 백악관에 재입성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는 지적이다.
남편의 바람기로 상처를 받은 채 백악관을 떠난 후 클린턴의 거대한 그늘에서 벗어나 성숙하고 유능한 정치인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한 힐러리의 ‘역 신데렐라 스토리’가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캔들’과 ‘배신’의 기억을 짊어진 전 대통령이 끼어 드는 것은 사실 바람직한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보여도 곤란하다. 부부간에 ‘과거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클린턴-힐러리 부부는 너무 밀착해도, 또 너무 떨어져도 안 되는 ‘워싱턴 블루스’의 고난도 스텝을 밟고 있다.
지난 2005년 이들 부부의 공식 스케줄을 조사한 뉴욕타임스는 전 대통령과 상원의원이 한달 평균 14일을 함께 지냈다고 전했다. 각자의 공식 일정으로 바빴던 2월에는 단 하루 서로 얼굴을 마주했지만 공교롭게도 이날이 밸런타인스 데이였다. 이는 물론 ‘정치적 계산’에 따른 날짜 맞추기의 결과였다.
클린턴의 측근들은 그가 힐러리의 독립성과 능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예로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미망인 코레타 여사의 장례식장에서 두 부부가 각각 조사를 했는데 “남편이 아내를 완전히 압도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클린턴은 이후 둘이 함께 등장하는 공식 행사에서는 연설을 사양했다.
힐러리의 주변인들이 이들의 “기적적 관계 회복”을 떠들어대며 전술적 차원의 입방아를 찧어대고 있는 가운데 전 대통령 남편과 야심만만한 상원의원 아내는 언론의 환한 조명 속에 서로의 발을 밟지 않으려 애쓰며 불편한 춤을 추고 있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 상원의원(가운데)이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2월7일 조지아주 리소니아에서 열린 코레타 킹 여사의 장례식에서 추모연설을 하고 있다. 대권도전이 확실시되는 힐러리에게 클린턴은 큰 자산이자 무거운 짐이다.
<뉴욕타임스-본사 특약>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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