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살다보면 한인들이 몇 가지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일이 있다. 미국의 일반 대중들에게 ‘코리아’가 얼마나 아득한 나라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우선은 아이들이 대여섯 살 즈음 경험하는 일. 밸리에 사는 한 주부는 대학생인 아들이 10여년 전 옆집 아이 앞에서 의기양양하던 장면을 지금도 기억한다. 이웃집 백인 아이가 자신을 보고 ‘재패니즈’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이는 “하하, 바보야. 나는 코리안인데”하며 잔뜩 신이 나서 놀려대자 옆집 아이가 묻는다.
“그게 뭔데?”
‘코리안’이라는 말을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아이의 순진한 반응이다.
성인의 경우도 일반인들의 ‘코리아’ 지식은 한국전쟁을 겪은 분단국 정도. 처음 만난 미국인들은 으레 “어디서 왔느냐?”고 인사 겸 묻는데 “코리아”라고 대답하면 십중팔구는 두 번째 질문이 나온다 - “남한 아니면 북한?”
미국의 베스트 셀러 작가 앤 타일러의 최신 소설에 한국 입양아에게 ‘기모노 같은 것’을 입힌다는 구절이 나와 한인사회 일각에 섭섭함이 있다. 삼성이며 현대, LG 등 한국 상품들이 미국 어디를 가나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고, 한국 식당에서 타인종 고객들이 갈비며 김치를 먹는 일은 이제 다반사가 되었고, 한류가 국제적으로 뜨거운 이때에 아직도 한국을 일본과 구별 못하는 미국인들이 많다는 건 사실 맥빠지는 일이다. 하지만 아마도 그것이 현실일 것이다.
LA 한국 문화원은 2년 전부터 미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국 역사 문화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이 한국을 너무 모르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도 원하고, 문화원도 필요성을 느껴 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한 직원이 말했다.
“5년전 쯤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한국에 관한 자료를 얻으러 왔어요. 각 나라를 소개하는 책을 만드는데 자기가 한국을 맡았다는 거예요. 교사들 중 한국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자기는 여행 중 비행기가 한국 공항을 경유한 적이 있어서 맡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LA는 미국에서 대표적 다문화 도시이지만 세미나에 참석하는 교사들을 보면 그것도 아니라고 그는 전한다. 참석자들에게 한식 도시락을 대접하면 젓가락을 생전 처음 잡아 보았다는 사람, 김치를 가리키며 “저게 뭐냐”는 사람 등 한국, 한국 문화가 보통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낯선지 새삼 깨닫게 된다고 한다.
타일러는 미국인들이 이웃 사람, 친구나 친척같이 친근하게 느끼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로 평이 나있다. 이번 소설 ‘미국서 살아가기’(Digging to America)도 백인 가족과 이란 이민1세 가족이 한국 입양아를 맞으며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백인부부가 입양한 딸의 한국적 뿌리를 살려주고 싶어 기모노 같은 옷을 입히는 데, 그것이 아마도 미국 보통 사람들의 한국 이해 수준일 것이다. 이웃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한국을 알린다면 그 수준을 좀 높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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