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사는 64세의 김명준씨가 에베레스트의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장하다’는 표현이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가 장한 이유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한국 산악인중 최고령인데다 바쁜 이민생활에 틈틈이 시간을 내어 등산한 결과가 에베레스트로까지 이어지는 쾌거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김명준씨는 한국서부터 오랫동안 등산을 해온 프로가 아니다. 등산 경력이 불과 10년밖에 안 된다. 이민 와서 주말 등산에 취미 붙인 것이 그 시작이다. 그런데도 그 짧은 기간에 남미의 아콩가쿠아,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알래스카의 매킨리, 유럽 최고봉인 러시아의 엘브르즈, 오스트레일리아의 코시에스코, 그리고 남극 등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경력을 갖고 있다. LA 다운타운에서 옷가게를 하면서 그 나이에 독학파(?) 식으로 이같은 등산 경력을 쌓았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하려면 가이드인 셀파를 잘 만나야 한다. 셀파가 모든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셀파의 판단과 리더십에 의해 성공과 실패가 갈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명도 사망자를 내지 않은 심장수술 의사가 권위 있는 것처럼 셀파도 자신이 가이드 한 원정대에서 희생자가 없을수록 유명해진다. 현재 히말라야에서 가장 유명한 셀파는 ‘아파’라는 셀파다. 아파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15번 오른 세계 최다기록 보유자였으며 무엇보다 그가 안내한 원정대에서 사람이 죽은 적이 없다. 아파는 세계 알피니스트의 우상이며 네팔의 인간문화재에 가깝다.
아파가 에베레스트에서 은퇴하느냐, 아니면 한번 더 오르느냐는 그동안 알피니스트들의 관심거리였다. 그의 나이도 46세에 들어섰고 15회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은 전무후무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강연에 초대받아 강연료만으로도 넉넉히 살 정도가 되었는데도 셀파직을 사명으로 알고 있다. 아파의 등산 철학은 “겸손하라”이다. 산에서 겸손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불행의 지름길로 통한다는 것이 그의 몸가짐이다.
그 아파가 이번에 김명준씨를 안내, 에베레스트 정상에 또 한번 올라 16번째로 성공한 것이다. 뉴스가 아파에게 온통 쏠려 있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셀파 세계의 영웅 앙리타가 세운 10회 정복이다. 김명준씨가 아파를 안내인으로 붙잡은 것은 대단한 외교(?)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셀파가 한번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서는 데에 대한 보수는 A급이 2,000달러, 아파와 같은 특급은 3,000달러고 정상 정복에 성공하면 1만달러 정도의 보너스를 따로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알피니스트들의 날짜를 보면 대부분 5월이다. 힐라리경이 에베레스트에 오른 것도 1952년 5월30일이고 아파의 16회에 걸친 정복도 두 번 빼고는 모두 5월이다. 왜 5월인가. 에베레스트 정복에는 바람이 가장 중요한데 히말라야에서는 5월에 비교적 강풍이 없기 때문이다.
김명준씨의 에베레스트 등반 성공은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것은 이민생활에서 꿈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와 나이에 관계없이 목표를 세워 밀고 나가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실이다. 만나기만 하면 은퇴를 화제 삼는 축 늘어진 한인사회 분위기에 그의 에베레스트 정복은 청량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을 가진 사람에게는 길이 열리게 마련이다.
clee@koreatimes.com
이철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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